매일신문

"뭉치면 산다"…다른 업종 모여 '쌍생'

'영천회' 등 다른 업종 교류모임 활발

"뭉치면 '길'이 보인다."

국제유가 및 원자재값 급등에 환율 하락과 극심한 내수경기 침체까지…. 요즘 중소 제조업체들은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마냥 주저앉을 수만은 없는 일. 서로 다른 업종의 중소기업이 한데 모여 상생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공동출자회사 설립, 기술 융합화사업, 인력난 해소를 위한 채용박람회 개최 등 협력 방안도 다양하다.

자동차부품, 섬유, 기계, 금속 등의 이업종 모임인 '영천회' 소속 11개사(社)는 지난 1999년 중소기업 정보은행 (주)코뱅크를 공동 설립해 5년이 지난 현재 '정보화'를 통한 불황 탈출에 성공했다.

총 4천800여개의 국내 중소기업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주)코뱅크는 회사 현황소개 정도에 그치는 기존 사이트 운영 방식과 달리 원자재부터 최종 완제품까지 모든 제조 공정을 공유한다. 정보 교류는 물론 기업 간 전자상거래 및 ERP(전사적 자원관리) 구축을 유도하고 서로 공정이 같거나 비슷한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경우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영천회 김환식(㈜한중 대표) 회장은 "친목 단체로 출발한 소모임이 한달에 한번씩 회원사 업체를 방문해 서로의 노하우를 교환하고 제품, 자재 등을 상호 구매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공동 출자한 코뱅크는 지난 9월 인터넷 기업 교육 프로그램 분야에서 일본 랭킹 1, 2위를 다투는 (주)CPU와 2천만엔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속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계, 금속, 전자 중심의 구미회(회장 이육권) 소속 신성정밀과 카스트엔지니어링은 기술융합형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사상 유례없는 대불황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8월부터 사업 추진에 돌입한 '국수 건면 계량 및 묶음 포장기' 개발은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 1천400여개에 이르는 국내 국수 제조업체들은 지금까지 900g~1.5kg에 이르는 국수 건면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절단해 저울로 재는 단순 반복 작업에 의존해 왔는데 묶음 포장기는 기계에 IT를 접목한 메카트로닉스 기술을 응용해 어떤 무게라도 정확히 측정해 자동 절단하는 첨단 기기다.

신성정밀 김중흔 대표는 "납기 지연, 기술 누출 걱정 없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신제품 개발은 불가능했다"며 "신성정밀이 금형, 기계 제작을 맡고 카스트엔지니어링이 계량측정시스템 등 전기전자 기술을 담당해 연말쯤 구체적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이업종교류연합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활동하는 이업종 교류 모임은 영천회, 구미회, 칠곡회, 영주회, 서라벌회, 달구벌회, 김천COTEC회 등 모두 24개 단체에 이른다. 92년 출범 당시 246개에 불과했던 전체 회원사는 2002년 489개, 지난해 581개에 이어 올해 현재 706개까지 급증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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