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정상회담, 양국 장소변경 문제 신경전

12월 17,18일로 예정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갑자기 우리 측이 장소변경 검토에 나서면서 양국간 외교현안으로 대두됐다.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이 공교롭게도 5일 오후 방한, 6일 오전 노 대통령을 예방하고 반기문(潘基文) 외교부장관과도 만났는데 마치무라 외상의 취임 상견례가 껄끄러운 자리로 변한 것.

이 문제와 관련, 반 장관은 지난 3일 "장소변경을 검토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마치무라 외상은 5일 방한 직전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적으로 한 번 정한 것을 특별히 큰 변화도 없는데 바꾸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장소변경 불가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가 회담장소 변경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회담이 열릴 일본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현이 19세기에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의 고향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지난 2차대전때는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의 발진기지였다.

그러나 양국은 지난 달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한일정상회담 일정에 합의한 바 있다. 가고시마는 지난 98년 김종필(金鍾泌)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한'일 각료간담회가 열리기도 한 곳이다.

그러나 뒤늦게 가고시마에 대한 여러 지적들이 제기되자 청와대와 외교부가 각각 현지에 답사를 다녀와 정한론과 가미카제 특공대와 관련한 여러 유적들에 대해 보고했다.

청와대와 외교부로서는 노 대통령이 여론의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뒤늦게 장소변경을 요구하고 나선 셈이다.

어쨌든 일본 측으로서는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일본 어디에서도 회담할 수 없다는 말'이라며 불쾌하다는 반응 속에 여론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마치무라 외상을 만난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반 외교장관과의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정부입장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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