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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도둑 현금인출, 책임은 몽땅 "주인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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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48)씨는 지난달 22일 새벽 대구 북구 노원동 주점에서 술을 마신 뒤 통장에 들어있던 320만원이 몽땅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술집 주인 박모(50·남구 대명동)씨. 박씨는 술값을 내기 위해 현금지급기에 돈을 찾으러 간 최씨를 뒤따라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술에 취한 최씨는 비밀번호가 노출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 주점에 돌아온 최씨가 술에 취해 쓰러지자 주인 박씨는 지갑에 있던 현금카드를 몰래 빼냈고, 두 곳의 편의점 현금지급기에서 13차례 320만원을 빼냈다. 돈을 도난당한 최씨는 카드사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신용카드나 현금카드의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낸 뒤 돈을 인출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훔치거나 주운 신용카드를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 사용한 경우, 약관상 카드 주인이 일정 기간(신고일로부터 15일 전후)에 한해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현금지급기(ATM)를 통해 돈을 빼낸 경우에는 약관상 주인에게 모두 책임이 있고, 결국 단 한 푼도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특히 최근엔 한 사람이 통상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다니다 보니 비밀번호를 일일이 기억하지 못해 수첩이나 카드 뒷면에 비밀번호를 메모해 두는 경우도 있어 범행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모(26·여)씨는 지난달 15일 오후 시내버스에서 신용카드 등이 들어있는 지갑을 소매치기 당했다. 이씨도 모르는 새 현금지급기에서 빠져나간 돈은 745만원. 범인 정모(29·달서구 감삼동)씨는 카드 뒷면 서명란에 적힌 비밀번호와 휴대전화 번호, 메모지 등에 쓰인 숫자를 이용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틀린 비밀번호를 세 차례 입력할 경우 현금지급기가 카드를 삼켜버리는 것을 미리 알고, 틀린 번호를 두 차례 입력한 뒤에는 다른 현금지급기로 옮겨가면서 맞는 비밀번호를 찾아냈다. 이씨의 신용카드는 무려 10장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신용카드 개인회원규약에 보면, '지급기를 이용한 현금서비스의 경우 비밀번호 누설에 따른 모든 책임은 회원에게 귀속된다'고 규정돼 있다"며 "심지어 강도를 만났더라도 절대 알려줘서는 안되는 것이 비밀번호라고 말할 정도로 비밀번호에 대한 주인의 책임은 무겁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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