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청률 1%의 특별한 드라마 '명동백작' 종영

1%라는 시청률로 사람들에게 새로움과 진지함, 감동을 안겨준 EBS의 24부작 드라마 '文化史시리즈 1편-명동백작'(연출 이창용·남내원, 극본 정하연)이 28일 24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명동백작'은 1950년대 명동에서 활동했던 박인환, 김수영, 전혜린, 이봉구, 이중섭 등 예술가를 통해 당시 문화예술계와 사회의 모습을 정교하게 그려내면서 마니아층을 가진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지난 9월 11일 첫방송된 이 드라마는 시청률 0.9%로 시작해 1.2%, 1.1% 등 1%대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유명 배우가 출연해 숱한 화제를 뿌리며 시청률 경쟁을 하는 드라마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드라마 방송 전 그 시간대 시청률이 0.5%대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산만하고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명동백작'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사상적 고민과 극단적인 낭만이 교차했던 당시 문화계의 흐름을 잘 담아내 문화에 관심있는 시청자들을 이끌어냈다는 것. 치열하게 그 시대를 살아가며 술을 마시고 시를 외고 그림을 그렸던 예술가들의 삶이 흥미롭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드라마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드라마에서 시인들이 읊었던 시의 전문을 올려 같이 읽고 인물들의 뒷얘기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또 박인환 시인의 실제 손녀인 박미경씨가 '명동백작을 보면서 할아버지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꾸준히 올려 게시판을 찾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다.

배우들의 관록있는 연기는 드라마에 안정감을 더했다. 실제 박인환과 많이 닮았다는 평가까지 받은 차광수를 비롯해 김수영역의 이진우, 이봉구역의 박철호, 김관식역의 안정훈 등은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전혜린역의 이재은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전혜린을 잘 소화해냈고 김수영의 부인 김현경역을 맡은 김성령도 차분한 연기로 드라마를 받쳐줬다. 해설자를 맡은 정보석도 극을 이끌어나가면서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등 매끄러운 진행으로 주목을 받았다.

'명동백작'의 연출가인 이창용 PD는 "내용이 진지하고 무거워 문학이나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는 쉽게 다가가지 못한 것 같다"며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그 시대를 세밀하게 재현하지 못했고 전혜린이라는 독특한 인물이 시대의 정서를 대변하기에는 너무 튀는 인물이라 깊이 다루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28일 전파를 타는 '명동백작'의 마지막회에는 1980년 봄에 주인공 이봉구가 50-60년대를 회상하며 68년에 죽은 김수영, 70년에 죽은 김관식, 65년 자살한 전혜린 등 등장인물의 마지막을 담았다.

다음달 초에 방영되는 '文化史시리즈 2편'은 다큐멘터리 '100인의 증언, 60년대 문화사를 말한다'(가제)로 진행된다. 3편은 1960년대 문학과 정치, 학생운동 등을 담은 드라마로 '명동백작'의 극본을 맡았던 정하영 작가와 이창용 PD가 다시 손을 잡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김승옥, 이청준, 김지하 등의 인물을 다룰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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