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도 안 될 것이라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GDP 증가율)이. 끝까지 기대감을 접지 않았던 이헌재 부총리도 3/4분기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 4.8%보다 낮은 4.6%로 확정되자 그만 손을 들었다고 한다.
내년 전망은 더 나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7%로 예측했고 16개 연구기관의 평균전망치도 4.1% 언저리다
경제성장률 1%는 7만명(현재는 저고용 구조라서 3만명밖에 고용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팎의 일자리를 만든다.
해마다 대학(전문대학 포함)에서 쏟아져나오는 대졸자가 50만명을 넘으니, 이들에게 일을 주려면 7% 이상 성장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절반밖에 안되는 것이다.
다른 경제지표도 좋지 않다.
올해 4분기 수출증가율 예상치는 15%다.
1분기 37%, 2분기 39%, 3분기 35%였으니 힘이 많이 빠졌다.
내년에는 7.5%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지금껏 성장을 주도해 온 게 수출이니, "브루투스! 너마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환율 쇼크가 겹쳤다.
25일 원/달러 환율은 1천57.2원으로 떨어졌다.
1997년 11월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이 현 수준에서 100원 하락할 때 삼성전자가 손해보는 순익은 1조6천억원을 넘는다.
기업들이 생살을 베어 수출한다고 난리칠 법도 하다.
소비는 살아날 기미가 없다.
올해 중순부터는 중산층까지 돈을 안 쓰기 시작했다.
소비 부진에는 555조원이 넘는 과다한 가계부채, 400만명에 달하는 대규모 신용불량자, 준조세 부담 증가(작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납부액은 95년 대비 4배 늘었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가계부채가 조정돼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앞으로 4년 정도 더 걸리겠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은 투자를 안 한다.
9월말 현재 449개 상장기업이 쌓아놓은 현금성 자산은 46조원이다.
작년 9월보다 24% 늘었다.
돌아보면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가 60년대부터 30년 간 기록한 실질 경제성장률은 8%다.
63년 1인당 국민소득(GNI) 100달러에서 출발해 77년 1천달러로 올라섰고 89년 5천달러, 그리고 95년 대망의 1만달러 고지를 점령했다.
100달러에서 32년, 1천달러에서 18년이 걸렸는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다.
이 속도를 유지했다면 9년 만에, 그러니까 바로 올해쯤 2만달러 고지에 올라섰겠지만 여전히 1만달러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만달러 함정에서 선진국이 걸어간 길은 두 가지였다.
함정에서 헤어나 평탄대로로 들어선 영국을 보자. 75년 1만달러를 돌파했지만 곧바로 '영국 병'으로 통칭된 위기에 빠져 76년 급기야 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대책은 대처 수상 주도의 강력한 노동시장 개혁과 공기업 민영화, 지속적인 구조조정. 지금 영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5천달러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7위쯤 된다.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한 아르헨티나를 보자. 영국보다 1년 빠른 74년 1만달러를 달성했으나 허지부지한 구조조정에 강성 노조, 방만한 재정 운용 등을 극복하지 못해 위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1인당 국민소득은 7천500달러 정도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설마 아르헨티나를 본받자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국가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내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장기 침체 속에서도 1년 정도씩 짧은 순환과정을 거쳐온 것을 보면 내년 하반기쯤 한차례 경기 회복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한 기술적 반등으로 흘려보내고 다시 하강국면으로 빠질 것이냐, 장기 성장세로 키워나갈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는 게 내년이다.
더블딥에 빠져 추락하는 M자형 나라가 될 것이냐,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N자형이 될 것이냐 하는 역사적 시기가 우리 앞에 닥쳐 있다.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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