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벨리댄스 '편견을 벗고 관능을 흔든다'

허리를 훤히 내놓은 파격적인 의상과 골반을 최대한 흔드는 관능적인 몸동작, 야릇한 터키풍의 음악….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벨리댄스에 대한 인상들이다.

기존의 어떤 춤보다 신선하고 자극적인 느낌을 떨칠 수 없지만 과연 보수적인 대구 시민들에게 먹힐 수 있을까? 분명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는 일반인들이 적지 않을 터. 하지만 벨리댄스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이런 시선들을 전혀 개의치 않을 만큼 당당하다.

오히려 그런 편견들을 한 꺼풀 벗겨내면 벨리댄스는 어느 춤보다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한 벨리댄스 교습소를 찾았다.

▷편견 1 "너무 야하지 않나요?"

"좀 남세스러운 것 같은데 괜찮겠어요?" 곽은정(34·여) 벨리댄스코리아 대구지부장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처음 이곳을 노크한 사람들은 그만큼 하려는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조차도 야한 게 좀 걱정스러운가 봐요." 하지만 곽 원장은 막상 춤을 배우다 보면 전혀 야하다는 생각이 안 든단다.

처음에는 두꺼운 옷을 꾸역꾸역 입고 오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웃옷을 접고 연습한다는 것.

강사로 활동 중인 김도연(22·여)씨 왈, "거울을 보고 연습하다 보면 스스로 허리 곡선을 봐야 춤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죠." 초등학교 교사인 박혜선(23·여)씨는 "허리 부위를 내놓고 연습해야 시각적으로도 멋있고 아름다워요"라며 "나중엔 자신감까지 생기더라고요"라고 거든다.

"야하다기보다 섹시하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아요. 섹시함은 곧 아름다움이잖아요. 벨리댄스를 배우면 새삼 자신의 몸이 아름답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곽 원장의 지론이다.

▷편견 2 "젊은 사람들만 하는 운동 아닌가요?"

이곳에서 맏언니로 통하는 진미경(49)씨. 그녀는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둔 전업 주부다.

자녀들 모두 대학교를 졸업시킨 '아줌마'지만 30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젊음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벨리댄스는 또 다른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되고 있다.

그녀는 "벨리는 젊은이들만의 춤"이라는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오히려 자기 같은 중년 여성이 배우기엔 안성맞춤이라는 것. "벨리댄스를 배움으로써 다른 모든 생활에서 의욕을 찾을 수 있어요"라며 싱글벙글이다.

무엇보다 중년 여성들의 복부 비만에는 이만한 특효약이 없단다.

배운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벨리댄스의 매력에 푹 빠진 듯했다.

곽 원장은 "가끔 다른 곳에 공연을 나가보면 40·50대 아줌마들이 더 호기심을 갖고 지켜 본다"고 한다.

젊음과 함께 생활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이 꼭 배워볼 만한 춤이라고 곽 원장은 강조한다.

▷편견 3 "여자들만의 춤 아닌가요?"

이런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 교습소에는 두 명의 남자 불청객(?)이 다니고 있다.

평소 춤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던 직장인 이진호(31)씨와 이광영(31)씨가 그 주인공. 6개월 정도 교습소 이곳저곳을 알아봤다는 진호씨는 "한 달 전쯤 벨리댄스 공연을 보고 그 마력에 반해버렸죠. 그래서 무턱대고 이곳에 발을 들여놨어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인다.

"다른 춤은 다 거기서 거기 같은데 벨리댄스는 뭔가 색다른 맛이 강해요"라며 소위 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처음에는 허리를 내놓은 다른 여성들을 보면 얼굴이 붉어졌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광영씨도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벨리댄스라고 여자들만 하라는 법 있나요. 남자들을 위한 율동이 따로 있어요"라며. "여성스럽고 다른 운동에 비해 별로 힘이 들지 않아요. 그것 뿐인가요, 자세 교정도 잘 되는 것 같아요.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몸도 유연해지는 것 같고…." 그들의 벨리댄스 예찬론은 쉽사리 끝나질 않는다.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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