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신문에 쓴 내 글을 본 옛 친구가 반가운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데스카 오사무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 무슨 뜻이냐고 물어왔다.

친구 입장에서는 다소 생소한 그 용어가 흥미롭게 느껴진 것 같았다.

모두 하루 살기가 빠듯한 현실이지만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어에 흥미를 가진 친구의 여유가 참 좋게 느껴졌다.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영화 필름으로 볼 때 1초에 24프레임을 전부 사용하지 않고 2콤마, 즉 12프레임이나 3콤마인 8프레임을 사용하여 그림매수를 줄이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말한다.

반대로 '풀 애니메이션 기법'은 1초에 24프레임 전부를 사용하여 동작의 자연스러움과 애니메이션적인 완결성을 추구하는 작업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풀 애니메이션'의 전통과 기법을 확립한 것은 두말할 필요없이 '디즈니 스튜디오'이며,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에 대항해 TV애니메이션을 추구했던 1950년대 미국의 'UPA 애니메이션 그룹'이 탄생시킨 기법이다.

일본의 데스카 오사무는 원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추종자였지만, 1960년대 일본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애니메이션 제작비용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기법을 더욱 세련되게 발전시킨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풀 애니메이션' 기법은 고급이고,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저급하며 싸구려라는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지금 케이블 TV를 점령하고 있는 일본 아니메를 곰곰이 살펴보면 그 속에는 무언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은 동작이 반복됨으로써 자연스러움이 떨어지지만 오히려 그것이 스토리나 연출력을 강화시켜 아니메 특유의 경쟁력으로 승화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나아가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 청소년 층을 포함한 성인층에 더욱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정말 연구해 볼만한 사실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즈음 마냥 술에만 의지해서 한 해를 보낼것이 아니라 나의 친구처럼 이런 전문적인 부분에 흥미를 갖는것도 어쩌면 의미있는 한해의 마무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재웅 협성 애니메이션아트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