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최고 서비스는 친절이죠"

405번 운전기사 김동배씨 노인·장애인 직접 태워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워낙 많은 손님들이 타고 내리니까…."

시내버스 405번 운전기사인 김동배(金東培·49)씨는 지난 1일 달서구 서남시장 앞에서 70대 할머니와 목발 짚은 한 장애아를 보고 버스를 후진시킨 뒤 직접 내려서 두 사람의 승차를 도운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한참 설명을 듣고난 뒤 고개를 끄덕거리던 그는 "신문에 실릴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라며 "그날도 할머니와 장애아를 보고 평소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도와줬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일을 지켜본 한 시민이 대구시청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사는 것이 워낙 각박하다보니 작은 선행 하나도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것.

남도버스 관계자는 "친절이 몸에 밴 운전기사"라며 김씨를 소개했다.

한번은 80대 할머니가 버스에 오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자 버스를 멈춘 뒤 할머니를 직접 안고 버스에 태우기도 했다는 것.

김씨도 하루 종일 운전만 하다보면 힘들고 지칠 때가 많다고 한다.

어떤 승객은 버스가 늦게 왔다며 동전을 내동댕이치기도 하고, 어떤 취객은 다짜고짜 욕설부터 퍼붓는 일도 다반사다.

김씨는 그럴 때마다 "오늘 서운한 일이 있으면 내일 더 좋은 일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순간을 훌훌 털어낸다.

한달중 하루만 쉬고 29일간 일할 만큼 부지런한 그는 파출부 생활을 하는 아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 뿐이다.

지난달에는 할인점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딸이 첫 월급을 받고는 현금 120만 원을 방안에 깔아놓고 "아버지! 돈 방석에 한번 앉아보세요"라고 했다.

대견스럽기도 하고 고생하는 딸이 안스럽기도 해 김씨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화물차를 12년간 몰아오다 4년 전부터 버스기사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승객들이 많이 줄어서 월급 받기가 미안할 정도"라며 버스가 사랑받으려면 첫째도 '친절', 둘째도 '친절'임을 강조했다.

밤 11시20분쯤 운행을 마치고 기사 유니폼을 벗은 그는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며 뿌듯한 표정으로 집으로 향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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