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1980년대 후반 이후 우리 사회에는 노사 분쟁'한의약 분쟁'의약 분업 분쟁 등과 같은 심각한 이익 갈등이 생겨났다. 서구 사회에서도 이익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민주주의 발전 과정의 최대 과제들 중 하나였으며, 그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다음 제시문들은 각각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익 갈등을 조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관점, 다원주의적 관점, 조합주의적 관점을 대표한다. 이 관점들의 타당성 여부를 분석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갈등 해결 방향을 논술하시오. (띄어쓰기 포함 1,400자 ±100자)
(가) 집단 행동을 위해 결성된 조직(이익 집단)의 크기와 유형이 사회에 따라 그리고 시대적 변천에 따라 변화한다면, 그와 같은 조직이 한 사회의 경제 성장률과 효율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중략)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 조직이 그 구성원들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회의 산출물 중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다. 환언하면 원칙상으로 조직이 조직 구성원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은 사회가 생산하는 빵의 크기를 키워 그 구성원들이 이전과 똑같은 몫으로도 더 큰 빵 조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이나 아니면 이미 생산된 빵에서 더 큰 몫이나 더 큰 조각을 차지할 수 있게 하는 방법 등 두 가지다.
직관적으로 첫 번째 방법은 거의 선택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왜 그러한지 정확한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 조직이 자신이 속한 사회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즉 빵의 크기를 키우려면 그 과정에서 그 조직은 어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중략)
예를 들어 사회 전체가 생산한 것 중에서 단지 1% 정도를 생산하는 A라는 회사가 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사회에는 생산을 제한하는 악법이 있다고 하자. 이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공청회도 해야 하고, 국회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압력을 넣거나 로비를 해야 한다. 심지어 악법의 유지를 원하는 사람들과 다투기까지 해야 한다. 이때 A라는 회사는 결코 혼자서는 악법 폐지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악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반해 악법을 폐지했을 때 오는 이익 중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한 사회에서 집단 행동을 위해 결성된 전형적인 조직은 그 조직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경우 사회의 이익을 위해 자신들을 크게 희생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필요성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즉, 그 조직은 사회의 산출물 중에서 더 큰 몫을 차지하려고 애씀으로써 그 구성원들의 이익에 최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익 집단들이 분배를 위한 투쟁에 몰두하게 될 때 정치 생활은 더욱 네 편 내 편으로 갈리는 갈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아 특수 이익 집단과 공모 집단은 그들이 속한 사회의 효율성과 총소득을 감소시키고 정치적 생활을 더욱 분열적으로 만든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익 집단이 사회의 상당 부분을 포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포괄적인 이익 집단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소규모의 이익 집단의 경우와 매우 다르다. 만일 한 조직이 한 국가의 소득 창출력의 1/3을 대표한다고 가정하면, 그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회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에서 생기는 혜택 중에서 약 1/3을 향유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그 조직은 사회에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 정책이나 활동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희생하려는 이유와 필요를 느끼게 된다. 매우 포괄적인 대규모 조직의 구성원들은 사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은 사회가 얼마나 생산적인가에 대해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게 된다.
- 올슨, 『국가의 흥망 성쇠』에서
(나) 나는 여기서 파벌(이익 집단)이란, 다수이건 소수이건 다른 시민의 권리 또는 지역 사회의 전체적인 이익에 역행하는 공통된 열정 또는 관심의 충동으로 단결'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한다. 파벌의 폐해를 고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그 영향을 조정하는 것이다.
파벌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는 다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파벌 형성의 자유를 없애 버리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 각자에게 동일한 의견, 동일한 열정, 동일한 관심사를 갖게 하는 것이다. 첫 번째 치료법은 질병 자체보다 더 나쁘다. 자유와 파벌의 관계는 공기와 불의 관계와 같다. 즉, 파벌은 자유가 없으면 즉시 질식해 버리는 질병이다. 그러나 단지 파벌을 조성하기 때문에 자유를 없애는 것은 불을 일으킨다고 해서 동물의 생명에 필수 불가결한 공기를 소멸시키려는 것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이 현명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로 실행 불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이성에는 오류가 있고, 인간이 이성을 행사하는 자유를 가지는 한 다른 의견이 형성될 것이다. 재산권의 근원인 인간 능력의 다양성을 봐도 모든 인간에게 동일한 관심사를 갖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능력이 저마다 다르기에 재산의 정도와 종류에도 차이가 생기게 되고, 이 결과는 각 재산 소유자의 감정과 관점에 영향을 미쳐 결국 사회를 상이한 이해 관계와 당파로 나누게 된다. 따라서, 파벌의 잠재적인 원인은 인간의 본성에 심어져 있고 그것은 시민 사회의 환경에 따라 여러 인간 행위에 반영되므로 시민 각자에게 동일한 의견, 열정, 관심사를 갖게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중략)
그러나 파벌의 근원 중에서 가장 흔하고 지속적인 것은 다양하고 동등하지 않은 재산 분배였다. 재산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언제나 사회에서 명백히 서로 다른 이익을 형성해 왔다. 토지 이권, 제조 이권, 상업 이권, 자금 이권 그리고 숱한 부수적인 이권은 문명 국가에서 필연적으로 생성되며 서로 다른 감정과 관점에 의해 서로 다른 계급으로 분리된다.(중략)
사회가 작을수록 사회를 구성하는 이권과 정당의 수는 더 적을 것이다. 개별 정당과 이권 수가 적을수록 더 쉽게 같은 정당에서 다수가 형성될 것이고, 다수를 구성하는 개인이 적을수록 그리고 그들의 관할 구역이 적을수록 더 쉽게 그들은 압제의 계획을 공동으로 구상하고 실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커지고 내부에 훨씬 많은 이권과 정당들이 생겨나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수많은 서로 다른 이권들이 존재하게 되면 그들 사이에 압도적인 다수가 생겨나기 어렵다. 어떤 생각은 다른 생각과 경쟁해야 하고, 어떤 공모는 또 다른 공모에 의해 견제되기 때문이다.
- 매디슨, 『페더랄리스트 페이퍼(The Federalist Papers)』에서
(다) 사회 협약(social pact)이란 통상적으로 경제의 주요 주체들은 노동'자본'정부의 대표자들이 임금, 물가, 투자, 재정 등 경제의 주요 지표들과 관련된 합의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요청되는 각자의 행위에 대한 준수를 약속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 협약은 경제를 운용하고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는 주요 방법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장 메커니즘(체제)과는 매우 다른 자원과 소득의 배분 방법이기도 하다. 요컨대 사회 협약은 경쟁이나 대결이 아니라 협의와 합의를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
사회 협약의 이러한 특성은 사회 협약과 유사한 의미로 종종 사용되는 협의(concertation)의 경우에도 잘 드러난다. 협의는 갈등의 양 당사자들이 실용적으로 계산된 차선의 결과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것은 통제되지 않은 일방적 선호를 추구하다 생기는 부정적 결과를 피하고자 행위자들이 선택하는 자기 구속적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 협약이 경제 위기의 극복을 위하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우선 경제 위기의 발생 자체가 상이한 사회 집단들 사이의 분배 투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이 대표적이다. 근로자는 임금 인상을 원하고, 기업가는 가격 인상을 원하며, 정부는 재정 지출 증대를 원한다. 그런데 각 집단이 서로 자기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하여 싸운다면, 그 결과는 종종 인플레로 귀착한다. 따라서, 사회 협약을 통하여 집단 이익의 무절제한 추구를 제한할 수 있다면 경제 위기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사회 협약 자체가 서로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체결될 수도 있고, 따라서 거꾸로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 정진영,『경제 위기와 사회 협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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