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일하다 연장이라도 가져다 달라 할 참이면 전투기 소음 때문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합니다.
답답해 고함을 지르면 아내는 더 큰 소리로 말해 보라고 맞고함을 쳐 영문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싸우는 줄 알지요."
21일 오후 예천군 유천면사무소에서 열린 예천비행장 군용기 소음피해 대책위원회의 회의 폐회 후 참석했던 주민들이 기자에게 쏟아낸 하소연은 다름 아닌 울분이었다.
최인희(57)씨는 "1974년 예천비행장이 생긴 이후 인근 주민들이 하나같이 전투기 소음 때문에 청력 이상이 생겼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성격이 대단히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청력감퇴 현상은 심각했다.
기자에게 상황 설명을 하는 말이 고함을 치는 수준이었다.
자신이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게 되자 상대도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이상행동이었다.
예천비행장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전투기 훈련이 실시된다.
전투기는 손을 뻗치면 닿을 것 같은 낮은 고도에서 훈련 비행을 한다.
그때 소음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정도.
동네 아이들은 집 밖을 나서면 습관적으로 두 손으로 귀는 막는 버릇이 생겼다.
홍응선(52) 대책위원장은 "소음피해는 가축도 예외가 없다"고 했다
새끼를 가진 어미소가 유산하거나 사산하고 닭이 놀라 날뛰다 죽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주민들은 피해사례를 모아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소송에 참여할 주민들은 유천면, 개포면 전체와 용궁면, 예천읍 일부 등 6천 명이다.
유천면 주민들은 지난 2001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던 포항, 대구, 상주지역 공군비행장 주변 주민들과 연대해 대구지법에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엄청난 소송 비용 때문에 이듬해 소를 취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인내하기에는 도가 넘었고 유사 소송에서 승소하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다시 용기를 얻어 최근 주민대책위원회를 재구성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제소 시기는 내년 초로 계획하고 있다.
예천·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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