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군요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 세워 할퀼 일도 없겠어요

손목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일도

이쪽에서 바람 불면

저쪽 나무가 버텨주는 거리

저쪽 나무가 쓰러질 때

이쪽 나무가 받쳐주는 사이 말이어요

공광규 '아름다운 사이'

마더 데레사를 닮았다.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 사이 데레사 할머니가 보인다.

빈민가 골목길에 세워둔 조그만 게시판이 보인다.

굽은 등과 주름 잡힌 손으로 할머니는 "침묵의 열매는 기도, 기도의 열매는 믿음, 믿음의 열매는 사랑, 사랑의 열매는 베풂, 베풂의 열매는 평화"라고 당신 생각을 가만가만 적고 있다.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지 않는, 쓰러질 때 받쳐주는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 사이! 더없이 고요하고 마침내 평화롭다.

강현국(시인·대구교대 교수)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