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두 새해 첫 햇살

이젠 가슴속 희망만을 이야기할 때

2005년 신 새벽, 첫 햇살이 백두산 천지에 내린다. 눈으로 뒤덮인 반대쪽 산꼭대기부터 희망이 반짝인다. 햇살은 이내 밤새 머물던 칼바람을 몰아내며 무서운 기세로 산봉우리에서 천지로 내달린다. 영하의 강추위가 천지의 물을 꽁꽁 얼려도 물은 얼음 속으로 넘쳐흘러 강(승천하)을 이루고 68m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장백폭포를 만들지 않던가.

새해, 첫 햇살의 기세는 그만큼 당당하다. 저 햇살이 백두산을 넘으면 2005년 한반도의 새벽이 열리리라. 불황도, 재난도, 어려움도, 험한 꼴도 다 녹여버리리라. 그만큼 강렬하다. 지평선과 온 하늘을 물들이며 오롯이 떠오를 것이란 생각은 사치다. 백두의 해는 빛이 번쩍인다 싶더니 한 순간 온 세상을 밝혀버린다.

한 해의 꿈을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고 싶어 연신 셔터를 누른다. 그러나 영하 35℃ 안팎의 기온은 이내 셔터까지 얼리고 만다. 그렇다고 꿈마저 포기할 수는 없을 터. 한해의 다짐을 위해 오른 백두산이 아니던가.

또 다시 녹록지 않을 한 해를 맞으며 새 출발선에 섰다. 떠오르는 태양처럼 이젠 가슴 속에 품은 희망만 이야기할 때다. 좋은 일만 일어나길 소망하며 또 그렇게 살아야할 때다.

새해 첫날 백두산 천지에서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사진: 2005년 백두산 천지에서 보는 새해 첫 햇살이 눈부시다. 이 순간만큼은 살을 파고드는 추위도, 몸을 날려버릴 듯한 바람도 잊는다.

※매일신문 홈페이지(www.imaeil.com) 기자클럽 '박운석의 콕찍어 떠나기'를 클릭하시면 '백두산 천지 일출여행'에 관한 좀더 상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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