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찻길 옆 오막살이 ♪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 폭 칙칙 폭폭~♩"
1955년 한국전쟁 중 시인 '구상' 선생이 1년여간 피난생활을 했던 곳으로 유명한 서구 비산1동 비산천주교회.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녘, 경부선 철길 위로 기차 한 대가 '삐이 삑' 지나가면 문풍지 흔들리는 소리에 아버지는 잠을 깼다.
옆에서 자고 있던 어머니도 잠을 설쳤다.
애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있고. '기차길 옆에는 애들이 많다'는 속설은 이 곳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참 많이 변했지. 철길 사이로 날뫼 큰 못, 작은 못이 있었는데 여름이면 수영하고 겨울이면 썰매를 탔거든. 당산에 올라 물렁공으로 손야구하고 나무 타고 놀았지. 언덕에 올라가야 라디오도 잘 들렸어. 기차가 들어오면 맨발로 쫓아다니고 넘어져 다치고 혼나고…"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토박이 장원식(75) 할아버지는 "그때가 참 좋았지"라며 옛추억에 잠기는 듯 눈을 감았다.
엄청나게 변했다.
교회 뒤편 벌거숭이 날뫼당산에는 학교·주택·빌라가 빽빽이 들어섰다.
날뫼못은 메워져 지하차도로 변했다.
구식 기차가 시끄러운 소리로 다니던 경부선 철도에는 이제 KTX 고속열차가 시속 250km 속도로 재빠르게 달리고 있다.
일제시대부터 있었던 비산천주교회 앞으로 러일전쟁 때 만들어진 철길,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의 쉼터였다.
당시에는 조랑말도 다녔다.
위쪽 지천역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밀가루를 빻기 위해 철길을 인도 삼아 교회 앞까지 걸어서 다녔다.
"가뭄이 오면 깊은 샘을 가진 성당에서 물을 길어다 썼어. 종교없는 사람들도 미숫가루, 수박, 햇감자를 신부님에게 몰래 가져다 주고 새벽녘에 물을 빼다 썼어. 살림살이는 어려웠어도 정(情)이 넘쳤지. 그립다네 그 때가."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설명 : 1960년대 비산성당 주변(위.서구청 사진 제공)과 현재의 풍경. 당시 증기기관차가 지나갔던 철길과 KTX 고속열차가 달리는 풍경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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