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석-대구시청 핸드볼팀 푹 쉬세요

"백약이 따로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쉬게 하는 것이 최고의 처방입니다.

"

2004-2005 핸드볼큰잔치 여자부에서 2연패를 노리다 준결승에서 좌절한 대구시청 팀을 지켜본 핸드볼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다.

대구시청은 대구시와 시체육회가 운영하는 아마추어 팀 가운데 최고의 효자 팀이다.

가장 중요한 농사인 전국체전에서 매년 우승과 준우승을 독차지해 왔고 다른 전국대회에서도 우승을 그야말로 밥 먹 듯이 해 왔다.

특히 지난해 8월 아테네올림픽에서는 5명을 국가대표로 내보내 한국이 '눈물나는 감동의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은 결승에서 덴마크와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는 등 체구가 큰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몸을 돌보지 않는 투혼을 발휘했다.

대표팀은 큰 박수를 받았지만 주전들의 경우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가 됐다.

이후에도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대구시청 선수들은 국내에서 고조된 핸드볼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부상과 피로 누적에도 대회 출전을 강행해야만 했다.

국내에서의 팀 성적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이를 악물었다.

아테네올림픽 주전 허순영과 김차연, 장소희, 최임정이 이끈 대구시청의 국내 대회 석권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해 9월 대구에서 펼쳐진 코리안리그와 10월 전국체전에서 대구시청은 전승으로 정상에 섰다.

그러나 더 이상은 무리였다.

지난달부터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핸드볼큰잔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한계를 드러냈다.

1차대회 준결승에서 효명건설에 졌고 2차대회에서는 부산시시설관리공단에 덜미를 잡혔다.

이 같은 강행군으로 대구시청은 지금 부상병동으로 전락해 있다.

최임정은 어깨와 발목이 불편하고 김차연은 발가락 골절로 깁스를 한 상태다.

팔꿈치 인대가 파열된 안정화는 이번 큰잔치에서 무리하게 출전했다가 부상이 악화돼 다시 깁스를 했다.

서영미는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이고 덩치가 작은 장소희는 자신의 포지션인 왼쪽윙 대신 피봇으로 뛰다 골병이 든 상태다.

대구시청 이재영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많아 동계훈련 계획을 짤 수 없을 정도"라며 "이들을 충분히 쉬게 해 주는 것이 도리지만 우승팀이란 이미지 때문에 대회마다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아쉬워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대구시청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우승팀으로 부활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앞으로 대구시청 팀을 응원하는 핸드볼 팬들은 패배에도 익숙해져야겠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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