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를 들이대자 부끄럽다며 얼굴이 발그스레해졌다.
머리카락 한 올 없는 민숭한 머리를 작은 손으로 감싸안으며 몸을 움츠렸다.
"몇 살이지?" "11살."
깡마른 사람을 '쇠꼬챙이'라고 누가 표현했던가. 바라보는 것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혜(11·여)는 중구 동산병원 아동병실에 '혼합형 백혈병'으로 입원해 있다.
임파구성 혈액암이 번져 골수성 백혈병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 더 두고 볼 새도 없다.
하루빨리 조직적합성 검사를 마치고 지혜에게 꼭 맞는 골수를 이식해야 한다.
"독한 항암치료로 두 달새 식도부터 십이지장까지 다 헐었대요. 궤양이죠. 내장에 곰팡이도 생겼다고 담당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항암치료로 혈액의 암세포부터 빨리 제거해야하는데 몹쓸 균들이 자꾸 들어와서 애를 어찌나 못살게 구는지…."
낮 동안 지혜를 돌보는 정화순(40·여) 보육사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지혜에게는 엄마, 아빠가 분명히 살아있지만 없는 것과 같았다.
지혜는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육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아동학대예방센터의 소개로 북구 천광보육원에 맡겨진 지혜 3남매는 각종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것. 불과 1년 전까지 아빠의 모진 구타와 뭇매에 시달렸단다.
남매에게는 맞아서 아픈 고통보다는 때리는 사람이 '아빠'라는 사실이 더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가 자식들을 품에 안지 않았고 어디론가 떠났다는 슬픔도 한몫을 했다
취재진은 지혜의 얘기를 보육원 관계자와 담당 의사에게서 들어야하는 것도 싫었지만 이 작은 3남매가 '아빠', '엄마'라고 하면 몸서리부터 치는 것이 더 보기 힘들었다.
"애들의 소소한 가족사는 잘 모릅니다.
단지 아빠가 수감 중에 둘째인 지혜가 부모 노릇을 하며 언니, 동생을 보살폈다는 것만 알고 있죠. 둘째인 지혜는 남매의 징검다리였어요. 어찌나 어른스럽고 대견한지…."
언니(12)는 불안장애로 인해 밤마다 오줌을 싸는 '야뇨증(夜尿症)'을 앓고 있다.
동생(8)은 또래에 비해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무척 산만했다.
"부모에게서 방치된 상태로 너무 오래 자기들끼리 살았어요. 보육원에 왔을 때 머리에 이가 득실득실하고 떼가 꼬질한 것이 영락없는 부랑아였지요. 지혜가 없었다면 다들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
방학이기 때문에 보육원에서 지혜에게만 4, 5명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매달리고 있지만 개학 후에는 마땅히 돌볼 사람이 없다.
병원비 800만 원 중 본인부담금이 벌써 200만 원이다.
언니, 동생의 골수가 지혜에게 맞지 않을 경우 골수기증센터에 1천만 원을 기탁해야하고 수술비는 2천만 원이 넘는다.
"얼마 전에 지혜가 '나 죽으면 화장을 곱게 해서 납골당에 묻어줄래요? 언니, 동생이 찾아오게요.'라고 말하잖아요. 자기가 죽을 병에 걸린 것을 어린 것이 다 아는 거예요. 어떻게든 살려주세요."
얼마 전 보육원에서 숙제 검사를 하는데 지혜 동생이 이런 글을 써놨다고 한다.
'우리 지혜가 많이 아픈데 내 피를 주고 싶다.
그런데 내 피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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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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