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지방은행을 가다-(4)이탈리아 셀라은행의 성공

셀라은행(Banca Sellar)은 이탈리아의 다른 은행들과 달리 한 가문이 운영하는 '가족 은행'이다.

혈연의식이 강한 이탈리아에서는 가족은행들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사라지는 추세다.

은행 간 합병이 많아지면서 합병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셀라은행은 변화에 잘 적응, 성공적으로 파고를 헤쳐나가고 있다.

밀라노에서 1시간 정도 차를 달려 나오는 비엘라는 작은 도시지만 세계 최고수준의 원단을 자랑한다.

유명한 필라 상표를 비롯해 체루티, 최고 수준의 울 캐시미어 브랜드인 조로 피아나가 바로 비엘라에서 나온 브랜드다.

셀라 가문도 1886년 은행 설립 전 원단 수입, 가공을 해왔다.

셀라은행은 직원 2천174명에 해외지점까지 190개의 지점을 두고 있으며 총자산 63억 유로(약 8조8천억 원), 당기순익 2천700만 유로(약 378억 원)를 기록 중이다.

지역 밀착도가 강해서 대형은행이 들어올 여지가 없도록 하고 있다.

셀라 가문이 수백 년 동안 비엘라에 뿌리내렸듯이 기업들도 오랫동안 이 지역에 터전을 잡고 경영을 해왔다.

그래서 셀라은행과 거래기업들은 은행과 기업 관계이기도 하지만 세세손손 가문끼리 교류해 온 사이이기도 하다.

가족은행은 부자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영업에 강한데 셀라은행은 1983년 이탈리아에서 프라이빗뱅킹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부자 고객들의 돈을 모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거나 스위스은행, 모나코의 몬테카를로은행과 제휴해 재산을 보호하고 불려주고 룩셈부르크은행과 제휴해 절세도 도와준다.

셀라은행의 시장점유율은 또다른 지역은행과 함께 50%를 차지하고 있다.

비엘라는 잘 사는 지역이라 대형은행을 비롯해 20여 은행이 영업 중이지만 셀라은행의 기세에 눌려 별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에리카 포조 셀라은행 국제담당 부장은 "소규모 거래기업에 대해서는 셀라은행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을 광고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비엘라의 섬유기업들과 주로 거래하던 셀라은행은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1973년부터 토리노의 자동차부품, 밀라노의 3차산업 등에도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서적 유대로 맺어진 거래기업이라 하더라도 부실해지면 거래를 끊는 단호함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셀라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이탈리아 은행 평균 4.5~5%에 비해 매우 낮은 1.2% 수준이다.

이윤의 10%를 악성질병 연구센터 건립 지원,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테니스대회 후원 등 지역공헌사업에 쓰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사진설명 : 셀라 가문이 운영하는 셀라은행 본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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