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육식의 종말

인류의 역사는 궁극적으로 음식의 역사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은 생존의 시작과 끝이다.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도 달라진다. 음식에 따라 몸의 구조만이 아니라 생각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사람의 몸과 생각만이 아니라 운명까지 영향을 준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은 바로 인간의 지나친 육식이 가져올 재앙을 경고하고 있다.

인간이 육식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중세 말부터이다. 인간은 오랜 기간 육식보다 곡식과 채식으로 삶을 꾸려왔다. 이 기간 동안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이 육식을 즐기면서 환경은 이전보다 나빠지고 있다.

나는 육식을 즐기지 않는다. 몸집도 작아 음식 소비량도 적은 편이다. 요즘 유행어인 '몸짱'과도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러나 난 내 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같이 몸집이 작아야 인류의 미래가 밝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류의 미래는 인간이 고기 소비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현재 중국도 경제 성장에 따라 날로 고기 소비가 늘고 있다.

그래서 고기 생산에 엄청난 곡류를 사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소를 사육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 초지를 만들고 있다. 중국인의 이러한 식생활 변화는 세계의 식량 부족과 곡가 상승을 낳고 있다.

더욱이 소 사육을 위한 벌목은 사막화를 부추기고, 그 결과 날로 심해지는 황사는 한국인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은 법(過猶不及)이다. 고기를 적게 먹어 몸집을 줄이는 일이야말로 인류의 평화를 위한 소중한 실천이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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