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동양고전 강의 이완재 교수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경시하는 사회는 성숙한 사회가 아닙니다. 우리 고전을 소중하게 읽고 연구해서 새로운 지식이나 도리를 찾아내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고전을 읽는 것은 오늘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내일을 위한 준비이기도 한 것입니다."

오는 2월부터 대구향교 대성전에서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聖學十圖) 강좌를 여는 이완재(李完栽·74) 영남대 명예교수는 퇴계의 지성과 영혼이 녹아있는 성학십도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성학십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며 고전 속에 담긴 인류의 보편적인 정신을 알아야 그것을 현대적으로 변용하고 적용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이 교수는 우선 성학십도 원전을 읽어가며 알기 쉽게 풀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영남대에서 정년 퇴임하기 몇 해전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대구향교에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강의해 온 이 교수는 진성 이씨로 퇴계 선생의 큰집 후손. 대학에서 동양철학을 가르쳤던 이 교수는 대구향교 유교 경전 강의와는 각별한 인연을 지니고 있다.

대구향교 내 유교학회인 홍도(弘道)학원을 창설해 30년간 운영해 온 사람도 바로 이 교수의 선친이었다. 몇 해전 타계한 선친은 주로 사서(四書) 중심의 강의를 했는데, 수강생들의 요구가 많아 이 교수는 삼경(三經) 강좌도 열었다고 한다.

월·화요일은 사서, 수·목요일은 삼경, 금요일은 고문진보를 강의한다. 강의 시간은 아침 7~8시.

수강생도 20대의 한문학과 학생에서 80대의 퇴직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과 경력을 지니고 있다. 오는 2월부터 성학십도 강좌를 개설한 것도 수강생들의 요구에 의해서다. 사서삼경도 중요하지만 우리 성현의 학문적 성과와 사상의 집대성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교수는 성학십도는 퇴계가 만년인 68세에 당시 17세인 선조를 위해 자신의 학문적 경지를 10개의 도(圖)와 해설로 집약해 제시한 것으로, 퇴계의 학문과 사상이 집약적으로 반영된 저작이라고 소개했다.

'성학'(聖學)이란 유교에서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격자(聖人) 또는 이상적인 통치자(聖君)가 되는 길을 제시한 학문으로, '성학십도'는 이를 열 가지 도(圖)로 편집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유학자이자 성인(聖人)으로 꼽히는 퇴계의 평생 학문적 여정의 결정체라는 것이다.

우주의 원리를 언급한 '태극도'(太極圖), 오륜의 실천과 방법을 제시한 '백록동규도'(白鹿洞規圖), 심성의 구조와 성정을 설명한 '심통성정도'(心統性情圖) 등 성리학의 도와 설 전반을 종합정리한 성학십도는 그 창의적인 편집술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최근 '쉽게 읽는 퇴계의 성학십도'를 펴낸 영남대 최재목 교수도 "열 가지 그림에 편입된 각각의 그림들이 하나하나 독립된 작품이면서 전체의 드라마 속에서 유기적인 의미를 갖고 있어, 마치 교향악단의 악기같다"며 탄복한바 있다.

이 교수는 유교하면 시대변화에 뒤떨어지는 고리타분한 학문으로 치부하고 마는 현 세태를 개탄한다. 유교는 인간사회의 조화를 추구하는 학문으로, 인간사회가 존속하는 한 영원히 필요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고전을 읽는 것은 우주와 인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유교는 우주와 인간을 유기적으로 보고 그 전체적인 조화를 논하는 학문이지요". 이 교수는 "우주의 이법과 상응하는 고매한 정신의 고양이 없이는 인간사회의 참된 진전은 없다"고 힘줘 말한다.

오늘처럼 삶의 규범과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릴 때일수록'유교 르네상스'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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