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하의 음란계'에서 대구가 떠올랐다.
한 편의 셀프 '야동'(야한 동영상)으로 인해 대구, 그 중에서도 수성구가 네티즌들에게 회자되면서 전국의 '명소'로 부상한 것이다. 음란계에 대구가 키워드로 떠오르는 일은 거의 없던 터라 그 반향은 컸다.
급기야 지난주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는 언론의 보도가 나오면서 이 '야동'에 대한 궁금증이 일반에 파급되었다.
이름 하여 '작은 김XX'라는 '캠동'(캠코더 동영상). 여자 탤런트 김XX를 닮은 여인과의 적나라한 성 편력기를 캠코더에 담은 것으로 수성구를 배경으로 한 연작물이다. 이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저 여인은? 저기는? 이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일었다.
처음에는 배경이 부산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대구라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 얘기가 올라오자 "저 곳은 바로 우리 동네의...", "나도 함 가봤는데...", "바로 대구 수성구의 XX모텔"이라는 제보가 이어졌다. 밤낮 사이버 공간에서 살아가는 대구 백수 폐인들의 '활약' 덕분에 그 배경이 대구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외지인들에게 대구는 아직도 '양반 동네'다. 양반이 사는 동네가 아니라 아직도 양반 운운하는 보수적인 동네라는 뜻이다. 그런 동네에서 이런 포르노가 만들어져 전국을 강타했으니, 더 눈길을 끌었다.
필자도 '대구'라는 말에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음란계'를 전전했던 터라, 이런 동영상쯤은 약과(?)다.
한 남자가 여자와 함께 곳곳을 다니면서 여인의 노골적이고, 엽기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야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이다. 스토리도 필요 없고, 로케이션의 고민도 없다. 그냥 혼이 나간 듯한 여인과 약삭빠른 남자가 있고, 거기에 캠코더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작은 김XX'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르다면 등장한 여인의 얼굴이 완전히 노출된다는 사실이다. 한때 유명배우나 가수의 '야동'까지 나돌아 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는데, 일반인들의 얼굴이야 오죽 할까. 최근 '야동'의 경우 등장인물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작은 김XX'에 등장하는 여인의 얼굴은 걱정스러울 정도로 노출돼 있다. 최근 연예계 X파일이 유출되면서 인권침해의 여론이 드높은데, '작은 김XX'의 경우 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데 유독 남자의 얼굴만 모자이크로 처리됐다. 남자는 철저히 보호된 반면, 여자만 노출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남자는 시종 교묘하게 숨고 있다.
이런 동영상은 좋아하는 남녀가 들뜬 기분으로 만들어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동영상은 아예 작정하고, 계산하고 만든 듯하다. '여자를 제물삼아 하나 찍어보겠다'는 의도다. 여자는 술을 마셔 흔들려도, 남자의 카메라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카메라의 앵글도 관객이 뭘 원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 정교하고 영악하다.
그래서 '작은 김XX'을 보고 있으려니 스너프 필름(실제 잔혹함을 담은 영상)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등장한 여인이 애처롭고 안타깝다는 것이다.
배경이 수성구라는데, 사실 배경이 된 모텔도 모르겠고, 실내도 비슷비슷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필자의 흥미를 끈 것이 있으니, 바로 경상도 사투리다.
통상 포르노의 음향효과는 일본어였다. 80년대 대구 여관 골목에서 울려 퍼지던 음란 비디오의 '교성'이 바로 일본어 아니었던가. 콧소리 섞인 일본식 발음(?)의 여인 신음. 그 소리는 관습이 됐고, 통념이 됐고, 관례가 됐다.
그런데 '작은 김XX'에서는 적나라(?)한 대구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성과 관련된 입에 담기 어려운 지칭어도 경상도 억양으로 나온다.
당연한 일임에도 생소한 것은 어찌된 일일까. 혹자는 '생활 속의 포르노'라며 반가워했지만, 필자에게는 성감대에 찬물을 끼얹는 듯 어색했다. 공범이 된 것처럼 불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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