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지금도 어패럴밸리 꿈을 꾼다

아직도 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밀라노 프로젝트. 그 정점인 어패럴밸리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밀라노 프로젝트와 함께 표류하고 있다.

'꿈의 패션 도시' '컬러풀 도시'를 선언했지만 정책은 곧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치적 논리에 휩쓸려가는 듯한 느낌이다.

서울과 지방의 경계가 불분명해짐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대부분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서 패션 또한 서울에 있어야만 한다는 주장은 밀라노 패션의 역할을 수도인 로마로 이양하자는 것과 같다.

대중의 여론과 사회적인 역할은 뒤로한 채 고집스럽게 도시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대구를 아니 과연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행보인가? 조금은 어두운 현실이 먹구름에 가려져 꿈의 실현이 흐릿해져 가지만, 나는 아직도 미래를 꿈꾼다.

2005년 5월 25일 패션도시 선포 7주년 날이다.

'팔공산 자락을 돌아 고분공원을 등지고 안착해 있는 어패럴밸리. 패션거리에는 나노 기술과 생체공학을 활용한 바이오 첨단섬유로 만든 패션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관광객들은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과 매력적인 첨단 패션이 공존하는 거리를 누비며 밤새도록 쇼핑을 즐긴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 보여준다던 쇼핑의 천국, 홍콩의 야경을 보는 듯하다.

각국의 바이어들은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성과인 신소재를 구입하기 위해 호텔마다 장사진을 치며 샘플을 찾기 위해 아우성이다.

세계의 유수 언론들은 어패럴밸리의 패션을 소개하면서 밀라노 프로젝트의 그 역사적 성과를 칭찬하고 있다.

어패럴밸리의 브랜드들은 파리, 밀라노, 뉴욕, 도쿄 등 세계각지에서 날아온 정보를 패션의 안방 도시인 대구에서 분석하고, 각 컬렉션의 발표를 지켜본다.

대구가 낳은 디자이너 F씨는 봉무동 어패럴밸리에 숍을 오픈한 후, 언론의 관심을 연일 받으며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고객들은 F 디자이너의 숍에서 레이저 보디 스캔으로 치수를 잰 후 컴퓨터 화면에 가상으로 입혀진 자신의 이미지들 중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선택한 후 공연장으로 발걸음한다.

고객들이 공연장에서 디지털화면으로 공연을 실시간 감상하는 동안 그들이 선택한 디자인 패턴은 옷 공장에서 전자동으로 커팅돼 자동으로 바느질되고 있다.

공연 감상을 마칠 때 쯤 말끔하게 다림질된 옷이 고객에게 전달된다.

꿈의 패션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행복은 고객에게, 디자이너에게, 섬유 생산자에게 환한 미소를 띠며 다가간다.

'

나는 희망을 이룬 이 땅에서 휘어진 세대가 되어 또 다른 꿈을 꾼다.

2010년 5월 25일 대구시가 패션도시를 선포한 지 12주년이 되는 날.

'밀라노 프로젝트 선포 당사자와 실행자인 두 시장이 초대되었다.

두 분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소년처럼 눈에 열정이 살아 있다.

대구 어패럴밸리는 이제 세계적인 패션 메카로, 관광명소로 거듭나 주요한 국가 산업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했다.

나는 오늘 이탈리아 죠르타사로부터 주문받은 바이오소재로 만든 슈츠 1만 벌을 선적해야 한다.

디자인은 대구의 어패럴밸리에서, 생산은 북한의 개성공단에서 이루어졌다.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슈츠는 물류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남한에서 태그(tag) 작업과 포장을 하게 된다.

이제 이러한 어패럴밸리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섬유 패션정책은 하나의 파이프 라인을 형성해야 한다.

밀라노 프로젝트가 섬유, 의류, 장식, 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프로젝트로 거듭나고, 어패럴밸리가 국제환경에 맞는 소비코드를 개발한다면 국제적인 디자이너들이 대구 소비도시로 몰려오면서 섬유산업의 부가가치가 활성화 될 것이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세계시장은 단일화 되어가고 있다.

세계 소비시장의 소비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자국의 적응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여 세계화에 맞서야 한다.

또한 섬유와 의류 산업의 종사자들에게 최종 소비자가 곧 바이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종 소비자의 소비심리와 성향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획력과 생산력을 갖추지 못하면 하청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어느 기자는 대구를 '패션의 신대륙'이라 했다.

패션도시라는 신대륙을 발견하기 위해 황무지를 개척하며 고뇌하고 패션이란 단어를 이 땅에 심고 가꾸어온 이들이 있다.

역사를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이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이들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미래를 꿈꾼다.

그 꿈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최복호 패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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