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를 즐기면서 IQ도 높이고, 공부도 하고…." 퀴즈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말하는 '퀴즈의 매력'이다. 한동안 주춤했던 퀴즈 열풍이 방송 3사의 퀴즈 프로그램 신설과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의 퀴즈 서비스 등으로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일부 교육 관련 사이트들까지 퀴즈 컨텐츠를 선보이면서 학생들은 게임 못지않게 많은 시간을 퀴즈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퀴즈를 통해 쌓는 상식 공부, 과연 투자한 시간만큼의 학습 효과가 있긴 한 걸까?
△왜 퀴즈인가
강주혁(10'북구 태전동)군은 매일 2시간 가량을 인터넷 퀴즈 게임에 매달려 산다. 게임에만 매달려 사는 주혁이의 관심사를 돌려놓기 위해 아빠와 함께 시작했던 퀴즈에 맛을 들인 것. 강군은 "몰랐던 사실을 하나 둘 알게 돼 너무 재미있다"라며 "게임을 할 때는 엄마에게 혼날 때가 많았는데 퀴즈를 풀면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 일이 없다"라고 했다.
퀴즈는 오락과 학습의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측면에서 일단 학부모를 방심하게 만든다. 부모들은 자녀가 게임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영어'경제'역사'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상식을 쌓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적극 권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지적 흥미 유발은 물론 사이버머니까지 쌓는 등 혜택까지 누릴 수도 있어 매력적이다.
가볍고 경쾌한 퀴즈는 요즘 세대의 지적 풍토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성인은 물론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결말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약간의 긴장과 경쟁심이 유지되고 적절한 보상도 있다. 이로인해 퀴즈는 궁금증을 품게 하고 순간적인 기지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해 단편적인 사실을 매우 인상깊게 전달하는 효과를 가진다.
△퀴즈의 효과
교육학자들은 "퀴즈는 게임의 일종일 뿐 학습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라고 입을 모은다. 핵심만을 간단하게 정리'요약해 문답 형태로 제시하는 퀴즈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 정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시간 제약이 커 배경 지식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퀴즈 풀이에 지속적으로 매달리다보면 깊이있는 사고를 하는 것을 방해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커지게 된다.
윤정륜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퀴즈 게임은 순발력을 키워 위기때 임기응변을 발휘하는 훈련이 되기도 하지만 순간 발상에 익숙해지다 보면 논리력과 비판력이 감퇴된다"라며 "답을 맞춰보는데 익숙해지면서 깊은 사고력 없이 표피적인 지식만 알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져 같은 문제라도 조금만 다른 방식으로 출제한다면 틀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퀴즈를 통해 얻을수 있는 경품이나 포인트 혜택 등의 유인책에 눈이 팔려 과도한 시간 낭비를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손철승 경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상식 수준으로 시작했더라도 계속 몰두하다 보면 경품의 유혹에 빠져들어 점점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되며, 결국에는 문제가 아닌 매체 자체에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우려했다.
△어떻게 이용할까
지난달 KBS 1TV '퀴즈 대한민국'에서 이창환(대구외고 3년)군이 최연소'역대 최고 상금을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평소 다양한 분야의 서적과 신문기사를 폭넓게 읽었던 것이 원동력이 됐다.
이 군은 "퀴즈 참가가 확정되고 불안한 마음에 4일 밤낮을 상식책에 매달렸지만 정작 문제를 푸는 데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며 "깊이 없이 단순 암기한 지식보다는 배경지식과 함께 그 분야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했을 때 비로소 완전한 정보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퀴즈를 좀더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풀고 점수를 확보하는 자체에 머물러서만은 안된다. 더구나 점점 깊이있는 사고력을 요구하고 있는 대학입시의 변화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요점 중심의 백과사전식 지식만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퀴즈 문제 풀이 후 좀 더 상세한 배경지식을 찾아보고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요약'정리해 보는 과정을 거쳐 온전한 내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단순 암기식 지식측정보다 퍼즐식으로 된 창의력과 이해력 측정 퀴즈가 도움이 되며, 문제를 풀고 난 뒤에는 꼭 다시 한번 문제를 찬찬히 훑어보고 머리 속에 되새기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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