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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가 일어나네

베개가 세수하네

베개가 아침밥 먹네

베개가 비타민 먹네

베개가 출근 서두르네

베개가 지옥철 타네

베개가 신문 읽네

베개가 책상에 앉네

베개가 컴퓨터 켜네

베개가 안부 전화하네

베개가 서류 뒤적이네

베개가 낮잠 자네

박진형 '베개를 觀하다―퍼포먼스 시편7' 에서

화두인 베개는 어찌보면 인간의 그림자다.

매일 밤 편안하게 숙면을 지켜주기도 하지만 머리 밑에서 우리들의 꿈속까지 환하게 다 들여다보아, 어느 날 불쑥 일어나서, 인간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어쩌나. 나는 이렇게 베개가 되어 집안에 누워 있는데, 저기 베개가 걸어 내 대신 출근을 하고 전화를 거는 상상을 해 보네. 하지만 이것은 퍼포먼스. '퍼포먼스는 현실을 오독한다.

그러므로 풍자가 아니면 해탈이고, 풍자가 아니면 자살이다'고 강변하며, 몇 년째 행위예술가 윤명국과 동행하며, 퍼포먼스 시편에 몰입하고 있는 박진형의 재미나는 시일 따름이네.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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