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77회 아카데미영화상

'역시나'를 기대했던 마틴 스콜세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슬픔의 눈물을 삼켰고, '혹시나' 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제이미 폭스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8일 오전(한국시간)에 열렸던 제77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제목 그대로 '대단한 영화'가 됐다.

반면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해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는 5관왕이 됐으나 주요 부문은 여우조연상 트로피에만 만족해야 했다.

지난 1월 골든 글로브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 아카데미에서의 기대치를 높였던 '밀리언…'은 한때 잘나가던 복싱 트레이너가 소원해진 딸과의 관계 때문에 겪는 숱한 곡절을 다룬 복싱영화. 감독상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여우주연상의 힐러리 스웽크는 이 영화로 나란히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동일인물에게 두 차례 이상 수상하는 경우가 흔치 않은 아카데미에서의 결과라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시상식은 그동안 가장 미국적인 동시에 백인들만의 보수적인 영화쇼라는 불명예를 불식시킨 수상자(작) 리스트를 내놓은 것이 특징이다.

미국식 성공 스토리의 굴곡을 감동있게 담아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요건을 두루 갖춘 '에비에이터'가 가장 많은 트로피를 챙겼지만 내용 면에선 '이빨 빠진 승자'가 된 반면, 흑인 배우들이 두각을 나타내며 '블랙파워'를 과시한 것.

영화 '레이'에서 완벽에 가까운 레이 찰스 역을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제이미 폭스가 흑인배우로는 세 번째로 남우주연상을,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모건 프리먼은 네 번째 아카데미 도전 만에 남우조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흑인배우 두 명에게 손을 들어준 것은 지난 2003년 남우주연과 여우주연에 할리 베리와 덴젤 워싱턴에 이어 두 번째. 피부색이 아닌 연기력에 초점을 맞추는 등 최근 들어 아카데미가 인종의 벽을 서서히 허물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듯.

여우조연상은 '에비에이터'에서 캐서린 헵번 역을 맡았던 케이트 블란쳇에게 돌아갔다.

첫 번째 아카데미 수상. 그녀는 1998년 '엘리자베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기네스 펠트로에게 자리를 내준바 있다.

한편 아카데미 사상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단편 애니메이션부문 후보에 올랐던 박세종 감독은 크리스 랜드레그 감독의 '라이언'에게 밀려 아쉽게 수상의 영광을 놓쳤다.

또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장편 애니메이션부문은 '인크레더블'이 '샤크테일', '슈렉 2' 등 강력한 경쟁작을 물리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이밖에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초대를 받지 못해 관심을 끈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스페인영화 '시 인사이드'에 돌아갔고, 조디 뎁 주연의 화제작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작곡상 한 부문만 수상하는데 그쳤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사진)27일 열린 제77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왼쪽)가 프로듀서 톰 로젠버그(오른쪽)와 앨 루디와 함께 시상무대에 서서 포즈를 취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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