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반죽 뻘은 큰 말씀이다
쉽게 만들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물컹물컹한 말씀이다
수천 수만 년 밤낮으로
조금 무쉬 한물 두물 사리
소금물 다시 잡으며
반죽을 개고 또 개는
무엇을 만드는 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부로 만들지 않는 법을 펼쳐 보여주는
물컹물컹 깊은 말씀이다
함민복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나도 하루쯤 시간을 내어 아무 것도 만들지 않으면서 반죽만 하고 있는 뻘밭을 다녀오고 싶다.
그 크고 깊은 말씀을 펼쳐놓는 뻘밭은 다름 아닌 함민복 시인이기도 해서, 그분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
강화도 동막갯벌의 뻘밭은 1천800만평으로 여의도 20배다.
시인을 강화도로 끌어들인 것도 바로 이 갯벌이다.
부드러운 뻘 속에 구멍을 파고 살아가는 낙지, 모시조개, 갯지렁이처럼 강화도 동막리 폐가에서 가난을 벗삼아 살고있는 시인의 삶은 평온하다.
수평선처럼 낮게 가라앉은 세계에는 수직으로 곧추선 도시의 발기된 욕망의 곡예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을 높이 쌓으면 쌓을수록 인간의 세계는 더욱 각박해지고 황폐해질 뿐이라는 게 이 시의 메시지다.
박정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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