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창호 9단의 '거짓말같은 5연승'

'세계 1인자' 이창호 9단은 2일 "(슬럼프에서)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 막을 내린 제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슬럼프를 딛고 거짓말 같은 5연승으로 한국의 우승을 견인, 국민적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 9단은 이날 한국기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컨디션을 이같이 털어놨다.

이 9단은 이번 우승으로 바둑팬 사이에서 '이창호 열풍'이 불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평상시 같았으면 별일 없었겠지만 그 동안 워낙 (성적이) 안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걱정들을 많이 해 주신 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둑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결혼·배우자상과 관련, "편안한 타입이 좋다.

다만 곰과 여우를 놓고 보자면 나는 여우 같은 여자쪽인 것 같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다음은 이 9단과의 일문일답.

-귀국 후 무엇을 했나.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냥 푹 쉬었다.

-중국 출국 전 4연승(1승은 국내에서 거둠)을 예상했나.

▲개인적으로 컨디션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워낙 그 전까지 성적이 안 좋았던 데다 단체전이기에 부담이 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의 컨디션으로 대국할 수 있도록 몸을 관리하는 정도였다.

-연말부터 난조였다.

언론이나 인터넷 게시판에 비관적인 기사들도 많았는데 혹시 상처가 되지는 않았나.

▲글쎄, 나는 그런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다.

솔직히 나보다는 가족들이 여리다.

걱정을 많이 했다.

나로서는 오히려 자극이 되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90년대 이후 최고의 '이창호 열풍' 이 불고 있는데.

▲의외다.

아마 평상시 같았으면 별 일 없었을 텐데. 그 동안 워낙 안 좋았던 때문일 것이다.

걱정들을 많이 해 주신 덕이다.

-팬들은 이번 농심신라면배 우승을 기회로 이 9단에게 '대국수', '기성', '10단' 등 특별한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부담된다.

안 받고 싶다(웃음).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면 또 몰라도.

-이번 농심신라면배도 그렇고 최근 기풍이 상당히 전투적으로 변했는데.

▲개인적으로 기풍에 변화를 주고 싶은 생각이 있다.

게다가 요즘 신예들은 전투가 워낙 강해서 상대적으로 초반에 비중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포석이 격렬해지고 있다.

-이 9단을 국수전 도전기에서 꺾은 최철한 9단의 경우 이 9단과 대국을 하면 '편하다', '내가 원하는 쪽으로 간다'고 했다.

이것을 두고 기풍 탓이라고 표현했는데.

▲그것은 최 9단이 좋게 얘기해 준 것이다.

최 9단이 원하는 쪽으로 갔다면 그쪽의 전략이 우월했다는 증거다.

나도 편하게 두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 농심신라면배를 계기로 뭔가 '필'이 왔을 것 같다.

▲필이라, 일단 어느 정도 회복이 됐다고 본다.

물론 농심신라면배는 준속기전이기에 장시간 대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좀 더 둬 봐야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이 9단도 30대이다.

바둑계야말로 조로현상이 두드러진 곳인데 언제까지 전성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나.

▲젊은 기사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은 데다 체력 역시 승부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자기 나름대로 관리를 잘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기량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게 오십일지 육십일지는 나도 몸으로 아직 못 느껴봐서 잘 모르겠다.

-이번 농심신라면배 일정에 팬들이 동행하고 공항에 환영인파가 몰리는 등 팬들의 성원이 뜨거운데.

▲팬클럽 분들이시다.

정기 모임을 가진 지 1년 정도 되는 것 같다.

늘 관심을 가져 주시고 성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공항까지 와 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린다.

팬들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언론을 통해 40세 이전에는 결혼을 꼭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음에 두고 있는 배우자 타입이라도 있는지.

▲글쎄, 편안한 타입이 좋다.

다만 곰과 여우를 놓고 보자면 나는 여우 같은 여자쪽인 것 같다(웃음).

-세계 최강의 입신, 이 9단의 인생관을 듣고 싶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되 즐길 수 있도록 하자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 동안은 열심히는 했으되 별로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

앞으로는 즐거움도 갖고 싶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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