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남성 化粧 시대

화장(化粧)의 여성 전유물 시대가 이젠 옛 얘기 일까. 지난날에는 주로 연예인들이 시선을 끌거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분장(扮裝)에 가까운 화장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남성들도 여성과 거의 마찬가지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워지기 위해 화장하는 남성들이 부쩍 늘어나는가 하면, 색깔 있는 로션이나 스킨로션을 바르는 건 애교에 가까울 정도다. 파운데이션은 기본이며, 윗눈썹을 짙게 칠하고, 눈 주위에 검은 라인을 그리며, 아이섀도와 립스틱을 칠하는 경우마저 많아지고 있다.

◇ 프랑스의 한 학자는 '남성들은 이제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워지기 위해 화장을 한다'며 '이는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원초적인 본능의 발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사회생활에서 남녀 성 역할 구분이 사라지는 것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여성만의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았다. 그 견해는 우리에게도 바로 눈앞에 다가 왔다.

◇ 남성들의 색조화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화장품 업체인 (주)태평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3천240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3천560억 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남성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2003년엔 전체 매출액 중 6% 정도였으나 올해는 무려 8~1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특히 대인 접촉이 많은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 기초적인 화장은 보편적인 추세라 한다. 기관'단체장들 역시 예외만은 아닌 모양이다. 꾸미기를 좋아하는 젊은층은 말할 것도 없고, 주름'잡티 등을 가리려는 중년층이 많아지고 있다니 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화장품 종류도 에센스, 클렌징 폼, 세이빙 폼, 마스크, 미백 화장품, 스포츠 선크림, 과일 팩까지 다양해지고 있어 여성용을 뺨칠 정도라 하지 않는가.

◇ 재미있는 현상은 또 있다. 남성 화장품 구매가 크게 늘어나는 한편 여성들은 운동기구를 많이 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스포츠'레저용품 구매 고객의 남녀 비율이 지난해는 54%대 46%로, 전년에 비해 여성 고객 신장 폭이 남성에 비해 2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요즘 회자되는 '메트로섹슈얼'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과연 이대로 가도 좋은 건지, 어지러워진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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