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폐장의 유혹-(3)선진국 사례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31개 국이며 이 중 방폐장을 갖춘 나라는 26개 국 70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어떤 과정을 밟아 방폐장 건설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방폐장 건설에 성공한 나라들은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철저한 안전관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천억 원을 투입, 해저에 인공동굴을 파 방폐장을 만든 스웨덴 포스마크는 성공한 방폐장의 전형이다. 스웨덴 정부는 방폐장을 마을과 격리해 주민 불안을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연간 4만5천여 명의 관광객까지 불러들여 수많은 일자리 창출로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고 있다.

히지만 스웨덴 정부는 지역 지원금 같은 별도 예산은 전혀 없이 주민들과의 신뢰관계 형성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모든 정보를 주민들에게 공개했고, 300년 후의 지각변동까지 내다 본 건축 설계로 방폐장의 안전성을 강화한 것. 정부 밀실 행정으로 격렬한 주민 반대에 부딪혀 뒤늦게 방폐장 특별법까지 만든 우리와는 출발부터 달랐다.

핀란드 등 일부 선진국은 영구 관리방안을 마련한 뒤 원전을 건설토록 법제화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지질 조사를 통해 최적의 후보지를 선정한 후에도 후보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천 가지 상황들을 모의실험을 통해 수시로 체크하고 있다.

우리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례들도 있다. 대만은 지난 81년 란위섬에 핵폐기물 임시 저장시설을 만들었지만 지역주민들에겐 통조림 공장으로 속였다. 그러나 곧 진실이 밝혀졌고 이후 범국민적 반핵 운동에 직면, 아직까지 방폐장을 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셀라필드도 여론 수렴 과정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91년부터 추진했던 셀라필드 방폐장은 주민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바람에 결국 97년 백지화됐다. 영국 정부는 주민 뜻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새 로드맵을 제시해야 했다.

또 불량용기로 인한 오염 논란에 휩싸였던 프랑스의 라망쉬 방폐장, 주변 지반 균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로카쇼 방폐장 경우 부지 선정이 방폐장의 끝이 아님을 증명한다. 완벽한 시설과 철저한 사후관리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방폐장 건설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밖에 없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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