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 천주교 200주년'의 해를 맞아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1984년 5월 5일 대구를 찾았다. 교황은 사제 서품식에 이어 청소년 대회에 참가했고, 성모당과 계산성당을 찾아 기도했다. 어린이 날이었던 그 날 교황은 가는 곳마다 인자로운 미소로 어린이들을 어루만지며 축복했다. 교황의 따뜻한 손길과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 가운데 인류가 염원하는 사랑과 평화의 세계가 있었다. 교황은 그런 세상을 간구했다. 그런 세상을 위해 행동했다.
나치의 폭정이 세계인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을 때 사제의 길에 들어선 교황은 선종의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과 사회 정의를 지키고, 사랑과 평화가 충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과 기도를 바쳤다. 그의 아낌없는 헌신은 세계를 움직였다.
1979년에 공산 치하의 고국 폴란드를 방문, 폴란드 민주화와 동구권 자유화의 불을 댕겼고,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개혁과 개방을 지원했다. 화약고 중동을 비롯한 분쟁 지역 어디든 찾아가 화해와 용서를 호소했다. 그리고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려하고 비판했다. 또한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권력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고 봉사다. 권력은 모든 사람들의 선익을 위해 사용될 때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경구를 보냈다.
교황은 지난날 가톨릭 교회가 잘못한 부분을 용기있게 반성했다. 그리고 "다른 종교의 진리를 배척 않고 존경한다"고 포용했다. 1981년 괴한에게 피격되어 나흘 만에 의식을 찾았을 때 "내게 총을 쏜 형제를 위해 기도하자"며 용서를 실천했다. 지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사제의 본분을 지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영원한 안식과, 교황의 남긴 뜻이 현세에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