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1년생 딸아이와 둘이서 보내게 된 일요일. 딸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고등학교 생활 한 달을 보낸 딸아이는 많이 지치고 힘든 모양이다. 자식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지만 우리 딸은 정말 자랑할 것이 너무 많다. 그림도 잘 그리고 요리도 잘하고 퀼트 솜씨도 나보다 낫고 노래도 잘한다. 디자인 솜씨도 뛰어나 친구들과 함께 참여한 댄스 경연대회 때 입은 옷은 직접 디자인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만든 것이었다. 책도 좋아하고 연극 동아리의 작가로 글솜씨도 대단하다. 그래서 우리 딸의 별명 중 하나는 '자랑덩이'이다. 내게는 자랑덩이 딸이건만 어느 날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딱 한 가지만 물어요. 몇 등하니? 하고."
그렇다. 아이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잘하건만 내게도 사람들은 한 가지만 묻는다. "아이 공부 잘해요? 반에서 몇 등 해요?" 아이는 조금 유명한(?) 엄마를 둔 탓에 늘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단다. '윤예슬'이 아닌 '이영미의 딸'로서 인식되는 것 때문에, 끊임없이 엄마와 비교되어지는 것 때문에.
"저는 어머니와 달라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제가 늘 어머니처럼 모든 걸 잘해야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처럼, 어머니처럼. 제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다른 아이들이 다 하는 사소한 실수만 해도 저는 어머니 이름에 어쩌고 하는 말을 들어야 해요. 왜 그렇게 잘나셨어요? 그래서 왜 저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요?"
아이는 가끔 엄마에게 질린단다. 도대체 빈틈이라고는 없는, 뭘 해도 포기를 모르는 엄마를 보면서, 그런 엄마를 닮으라는 주위 사람들 때문에 힘들고 상처를 받는다고. 난 그저 열심히 살아온 것뿐인데, 아이들이 엄마처럼 열심히 살아주기를 바랐는데 아이는 그런 엄마 때문에 힘들단다.
늦잠의 행복에 푸욱 빠질 수 있도록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절대 깨우지 말아야지. 그런데 참을성 없는 나는 시계 한 번 보고 닫혀 있는 아이 방문 한 번 보고 시계 한 번 보고 방문 한 번 보고.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 번 본다는 병아리처럼. 이런, 병아리가 아니라 어미닭이지. 우리 사랑스런 병아리를 위해 한 입 베어 물면 독특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돌돌 말아 만든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예슬아, 엄마 때문에 힘들다니 미안해. 널 많이 사랑한단다. 그래서 엄마는 열심히 사는 거란다.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식빵 8장, 양파 1/2개, 팽이버섯 1봉지, 토마토 1/2개, 후랑크소시지 4개, 머스타드소스, 칠리소스, 딸기 잼
◇만들기=①양파는 채쳐서 물에 담가 매운맛을 제거하고, 팽이버섯은 밑동을 잘라내고 씻은 뒤 깨끗한 마른 행주로 물기를 없앤다. ②소시지는 세로로 반을 나눈 뒤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굽는다. ③토마토도 적당한 크기로 썬다. ④김발에 껍질 부분을 잘라낸 식빵에 머스타드소스를 펴 바른 뒤, 양파와 팽이버섯, 토마토를 놓고 칠리소스를 뿌린 뒤 돌돌 말아준 다음 랩에 싸서 잠시 두면 모양이 고정된다. ⑤랩을 제거한 후 딸기 잼을 발라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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