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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가지 않습네까?" '새터민'(탈북자) 대구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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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구대교구 민족화해후원회(지도신부 이상재 가스톨)가 '새터민'(새로운 터전을 찾은 사람들:탈북자의 다른 말)을 대구에 초대해 '자본주의 체험'을 주선했다.

이들 40명의 새터민은 27일 낮 12시쯤 대구 중구 계산성당 환영식에 참석하고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하룻밤 대구 체험을 함께할 자원봉사자들과 상견례를 했다. 이들은 금세 친해졌다. 그리고 곧 각 팀마다 재래시장, 백화점, 대형소매점, 엑스코 등으로 흩어져 물건을 직접 사고 깎는 낯선(?) 경험을 했다.

"이렇게 물건을 많이 내놔도 일 없습네까? 아무도 훔쳐가지 않습네까?" 99년 탈북해 올해 초 한국을 찾은 새터민 김영숙(가명·60·여)씨는 칠성시장을 둘러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십 개의 장독대가 쌓인 가게도, 크고 작은 밥상을 진열해 놓은 골목에서도, 심지어 개고기를 파는 점포 앞에서도 연신 탄성을 질렀다.

"우리 조선에서는 이렇게 팔지 않습네다. 장독은 이사갈 때나 한두 개 시장에 내놓고 파는데 사람들이 싸게 살려고 줄을 섭니다.", "밥상이 이렇게 고울 수 있습네까? 어떻게 만든 겁네까. ", "저건 얼마나 합네까? 깎을 수 있디요?" 물음이 이어졌다.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싱싱한 생선가게 앞에서, 알록달록한 여름옷들이 펼쳐진 옷가게에서 김씨는 걸음을 멈췄다. 3만 원짜리 여름옷을 직접 깎아 2만8천 원에 샀다. 김씨는 "겨울옷밖에 없어서 한 벌 샀다"며 "물건값을 직접 깎아보니 정말 재밌다"며 웃었다.

김철민(가명·24)씨는 17세 때 중국으로 갔다가 몽골을 거쳐 한국으로 어머니와 함께 들어왔다. 동성로 거리를 걸으면서 "힘이 넘치네요. 자유가 느껴지는 것 같습네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중국에서 자동차정비를 1년간 배웠다. 전문기술을 더 익혀 자격증을 따고 싶단다. "한국은 자본주의라서 깡통 찬 거지도 많고 빌어먹는 자들도 거리에 넘친다고 배웠습니다. 헐벗고 굶주리는 남조선 동포를 빨리 구하자고도 배웠습니다."

김영숙씨는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무료로 화장을 했다. 점원이 얼굴 이곳저곳에 화장품을 바르자 부끄럽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속눈썹도 붙이고 색조화장까지 마친 김씨는 "북조선 아이들이 한국에 오면 천국 같겠다"며 기뻐했다.

김씨와 하룻밤을 같이할 신명재(55·여·대구 수성구 신매동)씨는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쁘다"며 "저녁에는 삼겹살 파티도 하고 인근 노래방에서 다른 홈스테이 가정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한국의 밤 문화도 여과 없이 보여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터민들은 28일 대구MBC 영화관에서 '역전의 명수'를 관람하고 하나원으로 귀가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박노익기자

사진:북주민들이 27일 오후 홈스테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재래시장을 둘러보며 남한의 자본주의 현장을 체험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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