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꿀 먹은 돼지

돼지가 어떻게 울지? '꿀꿀'하고 울잖아. 돼지는 왜 하필이면 '꿀꿀'하고 우는지, 오늘은 그 얘기를 하지.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울 적에, 하루는 배고픈 여우가 '뭐 먹을 것이 없나?' 하고 여기저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어. 돌아다니다가 어느 곳에 가니까 배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아 거기에 먹음직스러운 배가 주렁주렁 달려 있거든. 그런데 죄다 높은 데 달려 있어서 따먹을 수가 있어야지. 궁리 끝에 근처에 사는 돼지를 찾아갔어.

"돼지아저씨, 돼지아저씨. 아무 데 가면 배나무에 배가 디룽디룽 많이도 달려 있는데, 그것 따먹으러 갑시다."

"응, 그러자."

욕심 많은 돼지는 수가 났다고 좋아하며 여우 뒤를 따라가서는, 주둥이로 배나무를 쿵쿵 들이받았어. 돼지 힘이 좀 센가. 몇 번 들이받으니까 금세 배가 우르르 쏟아지지. 그러니까 돼지가 그 떨어진 배를 모조리 주워 가지고 혼자서 다 먹어버렸어. 여우한테는 한 개도 안 주고 저 혼자서 다 먹어치웠단 말씀이야. 그러니 여우는 화가 아주 많이 났지. 그래, 어디 두고 보자고 단단히 별렀어.

그러고 나서 며칠 뒤에 여우가 어느 곳을 지나다가 벌집을 봤거든. 옳거니, 잘 됐다 하고 얼른 돼지를 찾아갔어.

"돼지아저씨, 돼지아저씨. 아무 데 가면 벌집에 꿀이 가득 들어 있는데, 그것 내먹으러 갑시다."

"응, 그러자."

욕심 많은 돼지는 이번에도 좋아라하면서 여우를 따라갔어. 여우가 돼지를 벌집 앞에 세워 두고서,"꿀이라고 하는 것은 인절미에 발라 먹어야 제격이지요. 내 마을에 가서 인절미를 좀 얻어 올 테니 그 동안 꿀을 잘 지키고 있어야 해요."

하고서 냅다 뛰어갔어. 마을에 가는 척하고 소나무 뒤에 가서 가만히 숨었지. 숨어서 돼지가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 거야.욕심 많은 돼지가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여우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도리 없이 꿀을 반씩 나누어 먹어야겠거든.

'안 되겠다. 여우가 오기 전에 혼자서 다 먹어치워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서, 돼지가 주둥이를 들입다 벌집에 디밀고 꿀을 막 빨아먹었어. 그러니 야단났지. 벌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서 돼지를 쏘는데, 머리고 주둥이고 몸뚱이고 다리통이고 가릴 것 없이 마구 쏘아대는 거야. 돼지는 혼이 다 빠져서 냅다 도망을 갔어. 앞도 뒤도 안 보고 마구 달려가다가 아뿔싸, 구덩이에 쏙 빠졌네. 사람들이 곰 잡으려고 파 놓은 구덩이에 빠졌단 말씀이야. 빠져 가지고 참 죽을 고생을 한 끝에 간신히 기어 나왔어.

그때 얼마나 혼구멍이 났는지, 돼지는 그 뒤로도 틈만 나면 꿀 때문에 제가 그 지경이 됐다고 해서,

"꿀, 꿀, 꿀이 원수지. 꿀, 꿀, 꿀이 원수야.' 하고 다녔지. 그러다가 그만 그게 버릇이 돼서 아무 때나 '꿀꿀'하고 울게 됐다는 거야.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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