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외국인들이 찍은 사진 중 가슴을 내보인 부인들의 모습을 더러 볼 수 있다. 짧은 저고리와 치마 말기 사이로 훤히 드러나는 가슴. 요즘 여성들의 클리비지 룩(cleavage look: 가슴골이 보이는 패션)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한 노출이다. 남녀가 유별(有別)했던 그 시절의 가슴노출은 남아선호와 맞물려 있다. 조선 중기부터의 풍속이라는데 남아를 출산한 여성들이 "나도 집안의 대(代)를 이을 아들을 낳았소"라는 자랑스러움과 떳떳함의 표시로 가슴을 드러낸 것이었다.
◇ 1960년대, 70년대 초반만 해도 버스 안이나 공공 장소에서 아기에게 젖 물리는 엄마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노인들 앞에서는 살짝 가리기도 했지만 대개는 당당하게 젖을 먹였다. 풍만한 가슴을 드러낸 채 젖을 먹이는 엄마들도 그러했고, 주변의 사람들도 그저 그러려니 했다. 섹슈얼리티와는 거리 먼 일상적 풍경일 뿐이었다.
◇ 지난 6일, 미국 뉴욕의 ABC방송국 앞에서는 매우 이색적인 광경이 벌어졌다. '뉴 맘(New Mom)'이라는 여성단체 회원 200여명이 일제히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아기들은 어디서나 모유를 먹을 권리가 있다"고 외쳐댄 것이다. ABC방송의 유명 앵커 바버라 월터스가 최근 자신의 프로그램인 '뷰(View)'에서 "비행기 옆좌석의 한 여성이 가슴을 드러내고 모유를 먹이는 바람에 불편했다"고 말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 요즘 미국에서는 엄마가 어디에서나 아기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도록 하는 법적'문화적 여건 조성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다. 모유수유율이 70%선에 이르지만 공공장소에서 젖 먹이는 것에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분위기 때문에 모유 수유 중단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 커피체인점 스타벅스도 한 여성고객에게 화장실에 가서 젖을 먹이도록 권유했다 여성단체들의 집중비난을 받았다.
◇ 최근 오하이오 등 6개 주가 어떤 장소에서든 모유 먹일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버거킹도 모든 매장내 모유수유를 허용했다. 여성단체들은 '스타벅스내 모유수유 허용 운동'을 위해 대대적인 인터넷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대단한 '미국 엄마들의 힘'이다. 모유수유율 10% 선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엄마들이 공공장소에서 젖을 먹인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새삼 궁금해진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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