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4시쯤 북구 침산동 한 슈퍼마켓 앞에서 과자 상자 등 폐지를 엮어 손수레에 싣고 있는 김모(60)씨. 윗도리가 땀에 흠뻑 젖도록 일하지만 폐지를 고물상에 가져다 주고 받는 하루 일당은 겨우 천 원짜리 몇 장이다. 그러나 그에게 얼마 안 되는 푼돈이라도 쥘 수 있는 이 '거리'가 그에게는 유일한 직장이다.
"2년전 퇴직한 후에 일자리를 얻으려고 안 가 본 데가 없어. 근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모두 퇴짜를 놓더군." 생활정보지에 나온 구인 광고를 보고 연락을 해본 곳만 수백 군데.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는 젊은 직원들은 "할아버지가 뭐하러 왔느냐"며 김씨를 돌려 보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폐지 줍기. "아직은 가계를 책임져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어. 딸 아이 시집도 못 보냈는데…." 60세 이상 노인인구의 증가와 정년 단축으로 생계를 위한 노인 취업 희망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취업문을 열어 두고 있는 곳도 단순 노무직이 대부분인데다 수입 역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재취업 노인들을 의기소침하게 하고 있다.
공공근로의 경우도 노인들의 몫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대구 8개 구·군에서 지난 4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공공근로자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은 78명에 그쳐 전체 1천160명의 6.7%만이 일자리를 얻은 셈.
정부나 지자체가 일자리를 제공해주지 못해 노인들은 생활정보지나 파견업체들을 통해 구직활동을 벌여야 하는 실정. 하지만 이들 업체에서 소개하는 일자리 역시 지자체의 직업센터의 공고한 내용을 알려주는데 그치는 데다 직장을 얻더라도 수수료를 떼이거나 임시, 계약직 등 비정규직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인들이 찾는 일자리는 경비원, 보모, 주차 관리원, 건물환경관리원, 배달원, 가스충전·주유원 등 단순 노무직이 주류. 한 달 생활비에도 빠듯한 보수를 벌기 위해 지친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용역회사 소속으로 건물 환경미화를 하고 있는 이모(61·여)씨는 하루 꼬박 8시간씩 일하고 월 65만 원을 받는다. 자식들을 출가시켜 목돈 들 일은 없지만 월세, 전기세 등 생활비를 내고 나면 거의 남는 돈이 없다. 이씨는 "언제 해고당할지 조마조마하다"며 "버는 돈이 적다보니 연금을 꼬박 납부해도 수령액은 2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니 살 날이 걱정이다"고 했다.
대구시는 올해 25억여 원을 투자해 4만8천 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노인들은 "한두 달짜리 생색용 사업으로는 늘어나는 노인 구직자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노인들에게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달서시니어클럽 류우하 관장은 "노인들의 일자리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고 정규직 취업은 어려운 형편"이라며 "지자체가 나서 노인 취업 참여 업체에 대한 지원 등 노인 일자리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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