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간호학이란 1970년대부터 캐나다의 법의검시관사무소(medical examiner)에서 검시 업무의 일부를 간호사가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여러 활동 분야에서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그리고 미래에 간호학의 독립된 새로운 전문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법의 간호학은 변사자의 검시활동 중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규명하며, 범죄 행위가 관련이 있을 경우 증거 수집과 사망자의 유족에 대한 상담 관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응급처치와 함께 법정 증거력을 갖춘 증거 수집이 매우 중요하다.
나아가 불량 청소년 선도, 마약이나 매춘 관리, 성폭력 피해자 상담, 폭력 피해자의 간호, 가정 폭력 상담, 노인 건강관리 상담, 법정신의학 관련 간호, 직업병 관리, 기타 의료에 관련된 법적 문제를 가진 환자의 상담 등의 업무가 요구되고 있는 새로운 전문 분야이다.
요즘엔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의 치료만으론 부족하다.
범죄와 관련이 있는 환자인 경우 환자의 치료와 간호를 하면서 범인 검거와 법정에서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일도 포함돼야 한다.
또한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는 피해자의 옷과 같은 증거물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뺑소니 사고를 당한 보행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옷에 자동차 기름이 묻어 있는지, 자동차의 범퍼의 페인트 자국이나 파손된 차량의 플라스틱 조각 같은 것이 피해자와 함께 운반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러한 증거물들은 가해 차량을 밝혀내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 운전자가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 오는 경우에도 혈액을 채취하여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두어야 하며, 만일 바로 검사를 할 수 없다면 채취한 혈액을 잘 보관해 음주 운전 여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때때로 옷 주머니 속에 있는 각종 신용카드, 현금, 보석류 등도 제대로 확인, 보관해 두지 않으면 환자의 가족이나 유족으로부터 절도 혐의를 받을 수도 있으며, 범죄 수사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도 법의 간호사는 성폭행 피해자에 대해 법의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증거를 수집, 법정에서 증언, 피해자의 정신적인 충격을 해소하도록 도와주고, 이후에 상담 등 지속적인 도움을 주는 일을 담당한다.
법의 간호사는 범죄수사에 필수적인 법의학의 이해와 각종 증거수집에 필요한 법과학, 형법, 수사학, 그리고 범죄심리학, 성폭력 및 아동학대, 신원확인, 법의인류학, 법치의학 등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 범죄 재판, 신체적인 상해, 장애 및 배상 문제, 의료사고, 과실로 인한 사고, 업무상 피해 배상, 독성 물질의 환경오염, 작업장의 위험 민사소송, 상해배상, 장애, 의무기록요약 및 검토, 건강보험관리, 법률사무소, 건강관리단체, 보험회사, 개인적인 법률 상담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각 병원에 법의 간호사를 배치함으로써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법적권리까지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채종민(경북대 의과대학 법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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