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케네디 암살 사건이 터지기 직전 미국 텍사스주가 배경이다. 완벽한 세상을 구현하겠다는 정부, 금욕적인 기도 생활을 강조하는 종교, 그리고 동심을 존중한 탈옥범. 어느 것이 '완전한 세상'의 조건일까.
어린 시절 전과 기록 때문에 집행유예로 끝날 것을 4년형이나 선고받은 버치는 어느 날, 형무소를 탈출한다. 버치는 어렸을 때, 경범죄로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었다. 경찰은 버치가 폭력이나 일삼는 아버지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교도소가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버치에게 중형을 내린 적이 있었다. 과연 제도적 장치가 아버지를 대신할 수 있을까. 버치는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은 '지상의 부권'에 정면 도전하며 탈옥을 한다.
버치는 7살 난 소년 필립을 유괴하여 도주길에 오른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우려와는 달리 납치범과 인질 사이에는 특별한 감정이 싹튼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버치는 필립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필립의 어머니는 종교에 광신적이고, 아버지 얼굴조차 모르며 자랐다. 그는 솜사탕을 먹어본 적도 없고, 청룡열차도 한번 타 본 적도 없었다. 할로윈데이를 거부한 필립에게 또래들은 돌을 던지며 따돌렸다. 필립은 피터팬처럼 날아서 네버랜드로 가고 싶었으나, 어머니는 강하게 꾸짖으며 기도만이 구원이라고 했다.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종교적 강요였다. 점차 필립은 생기가 없어지고 꿈이 없는 소년이 되어 있었다.
필립은 버치를 만나면서 활기를 되찾는다. 버치는 "우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내일로 가는 중이다. 나는 선장이고 너는 항해사다"라며 일곱 살 아이의 상상력을 일깨워준다. 종교적 금기와 어머니의 간섭을 떠나 필립은 맘껏 자유를 누린다. 두 사람은 이미 흉악범과 인질의 관계가 아니라, 비슷한 내면적 문제를 공유한 동병상련의 동반자가 되어 있었다.
아이들에게 종교적 강요는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충동이 증가하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기는 종교에 매달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지나친 종교적 강요는 정신병리로 이어질 수 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친구 관계로 고민하던 J양이 병원에 다닌 지 몇 해 째다. 그녀는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고, 소외될수록 종교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나중에는 망상과 환청 등 정신병적 증상에 시달렸다. 친구들이 욕하는 소리, 지옥에 갈 것이라고 명령하는 환청에 떨며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녀는 종교가 자기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분석해 달라며, 이 영화를 필자에게 권했다. 영화 '퍼펙트 월드'는 그녀가 청소년기 심취했던 종교가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종교적 체험은 정신분석의 적절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종교적 체험이 성스럽고 영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신질환자들이 겪는 종교적 체험은 정신병리를 반영하는 수가 많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를 가진 사람은 마귀와 관련된 환각을 경험하거나, 기분이 고양된 조증 환자는 신의 은총이 충만한 황홀경을 경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발달과정에 있는 소아청소년에게 종교가 가진 초자아의 역할이 반드시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친 규율과 초자아의 강요는 심한 죄의식과 현실 부적응의 병폐를 초래할 수 있다.
정신과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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