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덕 '귀신나오는 집' 세간에 화제

'역시 터가 세긴 센가 보다.'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 39-1 '귀신 나오는 집'이 다시 한번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장사해수욕장 맞은편 산 아래 위치한 이 가옥이 다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최근 이 집에 세 들어 있던 모 사찰이 이사간 후 부터다.

종교의 힘을 빌어 이 집의 기를 꺾을 줄 알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찰 사람들이 떠나 버리자 주민들은 '흉가'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는 것.

이 집이 유명세를 탄 것은 '입주하는 사람마다 거의 망하다시피 해 떠났다'는 데서 기인한다. 1980년 10월 지어진 이 집은 65평 규모의 2층 건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보여 전망도 좋다. 그러나 이 집의 운명은 기구하다. 희한하게도 첫 집주인부터 시작해 그동안 입주한 식당과 술집 등 25여 년 동안 모두 하나같이 얼마 못가 몽땅 털어먹었다.

영덕에서 이 집은 흉가로 불린다. 영덕에 와서 귀신 나오는 집을 찾으면 대부분 이곳을 가르쳐 줄 정도다. 이 집에 들어가 밤을 새면 알듯 모를 듯한 울음 등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온다는 소문도 알음알음 퍼졌다.

일부 호기있는 사람들이 일부러 한밤중에 찾아 자신의 간담을 시험하기도 하고, 또 그동안 여러차례 인터넷 등에 소개되는 등 이 집은 여러모로 유명세를 치렀다.지역에서는 이 집의 터와 기가 센 것을 놓고 1950년 6·25때 장사상륙작전에 참가한 학도병들과 연관짓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장사상륙작전은 미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적군의 관심을 동해안으로 돌리기 위해 실시한 위장 작전.

1950년 9월 14일 당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학도병 800여 명은 부산에서 문산호 군함을 타고 장사 앞바다에 도착, 북한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 2천700t급 군함이 침몰하는 바람에 이 가운데 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귀신 소동의 배경은 당시 수장된 이름 모를 학도병들의 영혼들이 장사해수욕장 인근을 떠돌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흉가 집터에는 6·25 당시 숨진 수많은 학도병들이 묻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흉가 집 앞 7번 국도를 건너던 전 영덕군 농민회장이 차에 치여 숨지는가 하면 인명 사고가 잇따르자 주민들은 인근을 지날 때 매우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이상열(57·남정면 장사리)씨는 "6·25 후 30년 세월이 지나긴 했지만 25년 전부터 장사상륙작전 전몰용사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고 1991년에는 위령탑을 건립했는데도, 아군 시체가 즐비했다하는 그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상한 일들이 자꾸 꼬여 들어 별별 생각이 다 든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있던 모 사찰 사람들이 떠난 이후 이 집은 현재 유리창이 다 부서져 있는 등 폐허처럼 방치돼 음산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남정면민들은 "언젠가 정말 터 센 이 집의 기를 꺾을 사람이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납량물 볼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사진:영덕군 남정면 부경리 39-1에 있는 흉가. 영덕에서는 귀신 나오는 집으로 소문나 있는데, 최근 모 사찰 측이 이사를 간 뒤 폐허처럼 방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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