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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서-예술과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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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로마의 베드로성당 광장을 끼고 돌아가면 만나는 시스티나 예배당 입구도 꽤나 붐비겠다. 내리쬐는 이탈리아의 여름 뙤약볕 아래, 아무리 기다려도 줄어들지 않는 줄을 이룬, 저 온 세상에서 모여든 인간 군상들이 보려는 것은 무엇보다 '천지창조'라 제목이 붙은 천장화일 터이다.

이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와 이를 그리도록 명령을 내린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는 여러 면에서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었던 듯하다.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는 르네상스 시대 화가이자 미술사가인 바자리가 남긴 '예술가평전'(국내에서는 '이태리 르네상스의 미술가 평전'으로 번역), 조금 극적 재미를 얹은 내용으로는 어빙 스톤의 '고통과 열락'(1965)이라는 소설과 이를 바탕으로 한 캐롤 리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 알려진 바 있다.

교황은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일이 진행되는 단계마다 후한 하사금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작가는 일이 더디게 진행되는데 초조해진 교황이 뻔질나게 작업장에 들락거리자 마침내 교황에게 출입금지 명령을 내리고, 교황은 꼼짝없이 이를 따른다.

브라만테와 같은 당대의 화가들이 아무리 미켈란젤로를 중상모략해도 교황은 한번 맺은 신뢰를 배신하지 않는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가 인류의 빛나는 자산이라면, 이런 작품을 가능하게 했던 권력과 창의적 예술가의 관계 역시 예술사에서 빛나는 에피소드로 남는다.

근대까지 예술은 권력에 기생하여 발전하였다고 하지만, 이 경우 예술가는 교황에 못지않은 힘을 가진 것이다. 바로 여기서 명작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온다.

얼마 전 공영방송에서 황당한 쇼를 벌인 자칭 '행위예술가' 이야기를 아직도 미디어들은 되풀이 보도하고 있다. 미디어는 현대의 권력인데, 미디어가 되풀이 학습시켜주는 행위야말로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유사 모방 행위의 전범이 될까봐 두렵다.

박일우 계명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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