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 속으로> 중앙지하상가 3지구 '명도공고문' 논란

"상가 쫓아내기"-"계도 차원일 뿐"

5년여를 끌어온 중앙지하상가 재개발 분쟁은 언제쯤 끝날까? 이달 초 대구시와 시민단체 조정단 간 합의로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던 이 분쟁이 지난 24일 '명도공고문'을 지하상가에 붙이려던 대구시 관계자들과 상인들이 몸싸움을 벌이며 다시 충돌했다. 상인들은 대구시와 민간개발업자인 대현실업이 합의문 이행은 미룬 채 자신들만 내쫓으려 한다고 주장했고 대구시는 합의문 내용을 모르고 있는 상인들을 위해 계도 차원에서 공고문을 붙이려 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상인들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중앙지하상가 3지구 상인 60여 명은 25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중앙지하상가 재개발 합의문 이행을 촉구하는 규탄집회를 열었다. 현재 3지구는 모두 120여 개의 점포 중 40개가 빠져나가 80개 점포가 남았고 상인들은 60여 명이 남아있다.

신영섭 3지구 번영회장은 "24일 오전 대구시가 지하상가에 명도공고문을 붙이려 한 것은 이번 달 초 '총사업비 산정' 등 시민단체 조정단과 합의한 내용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상가부터 쫓아내려 한 처사"라며 "지지부진하게 재개발 문제를 진행하면서 상가철거만을 우선으로 삼는다면 상인들은 점포를 명도할 수 없다"고 했다.

상인들은 대구시, 조정단, 대현실업 측과 4자 담판 합의를 원하고 있다. 조정단 합의문까지 만들었음에도 불구, 대구시가 제대로 된 리더십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회장은 "대구시와 대현실업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지 못할 바에야 관계자들이 다시 만나 얘기할 수밖에 없다"며 "대구시가 강력하게 합의문 이행을 할 수 있도록 강경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 "합의문 이행 지금부터 시작"

대구시는 24일 있었던 상인들과의 충돌은 지하상가 미명도자가 79명이나 되는 상황에서 일단 9월 초까지 명도해야 한다는 공고문을 계도 차원에서 붙이려 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6년 가까이 끌어온 문제가 구체적인 합의문을 만들 만큼 진척됐으므로 관계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고문을 붙인 것은 조정단과 합의한 대로 상인들이 회계사들에게 사업비 산정을 맡기고 9월 6일까지 상가를 명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거기다 대구시는 지난주 대현실업이 내세운 공인회계사들과 대구시의 공인회계사 등이 만나 1차 협의를 거쳤고 9월 초에 2차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구시 안병목 건설산업진흥과장은 "상가 명도 날짜를 모르는 상인들이 있어 공고문을 붙이려 한 것이고 합의문에도 한 달 이내에 명도하기로 돼 있다"며 "대현실업 측에 2차 협의를 한다는 공문을 24일 보냈고 대현실업 측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대현실업 측은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구시와 만난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앞으로는?

이달 초 대구시와 시민단체 간에 총사업비 산정, 상가임대료 재산정, 1개월 내 상가 명도 등 5개항에 합의를 이뤄 해결에 실마리가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누가 먼저 합의안 이행에 한 발짝 나서느냐에 대해서는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대구시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대현실업과 상인들이 한 발씩 양보하며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합의안에 대해서는 상가 상인들이 모두 안을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의외로 문제해결이 쉬울 수도 있다.

한편 재개발 분쟁은 지난 1999년 12월 대구시가 민자투자사업 대상으로 고시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해 1, 2지구는 2001년 대현실업에 의해 재개발됐고 3지구 상인들은 "특정업체를 위한 특혜로 공영 개발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집단시위, 농성, 소송 등을 5년여간 계속해왔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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