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무엇으로 살까. 30년 판사 생활을 접고 '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로 변신한 김동건(金東建·60) 전 법원장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뜨거운 정열을 판사의 제일 덕목으로 꼽는다. 정의감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실이 가려지면 정의감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판결은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 거짓말 경연대회 같은 재판정에서 진실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판사는 다양한 삶과 많은 이야기에 눈과 귀를 열어야 한다고 믿는다.
변호사라는 신세계는 재미있다. 사건을 다뤄야 하는 판사시절과 달리 누구나 만날 수 있다. 법원장이야 예산을 잘 쓰면 되지만 '어떻게 매출을 올릴까'를 고민해야 하는 법무법인 대표의 일은 새로운 활력이 된다. 법원장 시절에는 직원들의 사기를 생각해 술자리도 곧잘 마련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대신 공부하고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양한 사회 갈등의 최종 해결은 결국 사법부의 몫이라고 본다. 세대간 갈등이나 이념의 대립을 해결하고 통합하는 일은 언론도 정치도 아닌 사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시대를 앞질러 실정법의 극복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앞으로의 숙제다. 법관은 한 두건의 찬사를 받기 위해 시대를 건너뛰는 재판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법부가 사회갈등의 해결사라면 당연히 변호사의 영역도 넓어진다. 그래서 스스로도 공부하지만 동료 변호사를 중국이나 미국으로 유학 보낸다. 군수물자나 국방관련 전문변호사도 키울 생각이다. 법원장을 역임한 그이기에 법정 출입은 삼간다. 후배 법관들이 재판을 잘 하는지 보고 싶지만 갈 수가 없다. 전관예우 운운도 듣기 마뜩잖고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기도 싫다.
위헌 여부를 곧잘 다투는 오늘의 상황을 그는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법의 모태인 헌법위반 여부를 따지는 일이 국가를 건전하게 키운다고 믿는다. 헌법에의 연구와 관심을 높인 것은 헌법재판소의 큰 공로다.
최근 도청사건에 관한 한 그 역시 원칙주의자다. 국가가 공개할 권한이 없다고 생각한다. 봐서는 안될 것을 왜 공개 하려는지 알 수 없다. 국민이 요구한다는 여론을 핑계로 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종교의 자유를 연구하는 모임에 법률부문을 맡고 있다. 국가 대표 선수가 종교적 골세리머니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특정종교의 강요는 다양화된 민주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불교신자지만 가톨릭 신부나 목사와 자주 만난다. 그의 사무실 벽에 걸린 작은 액자들은 친교를 맺고 우의를 다진 예술가들의 작품이다. "도시지향에 출세지향인 나와 달리 모든 것을 버리고 사는" 예술가들의 스타일이 부럽다고 한다. 서로 다른 취향이 친구가 되게했다. 무기형을 선고했던 시인 박노해가 펼치는 나눔문화 운동에 그도 회원으로 참여한다.
의성 출신으로 사대부고를 나왔다. 판사시절 이사를 15번이나 했다. 그러나 이리저리 다닌 생활이 세 딸들에게 오히려 다양성과 적응성을 키워줬다고 생각한다. 판사시절에도 그는 "모른다"며 주변을 마냥 뿌리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변호사 김동건의 휴대전화는 쉴새 없이 울린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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