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금속광산 주변 토양 관리가 겉돌고 있다. 환경부·산업자원부·농림부 등이 오염방지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일부 폐광산 주변 농경지는 사업 후에도 수년째 농산물에서 카드뮴이 검출되고 있다. 카드뮴은 인체에 과다 농축될 경우 이타이이타이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중금속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 농산물을 전량 소각처리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지만 소비자들은 불안하기만하다.
# 얼마나 오염됐나
"아예 농경지를 못쓰는 건 아닌지, 객토를 해도 카드뮴이 검출되니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입니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봉화군 법전면 법전2리 붓든광산 아랫마을. 논에는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밭에는 붉게 여문 고추가 가을의 풍성함을 자랑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마음은 편치않다. 수년째 수확한 쌀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 오염방지사업이 지난 5월 마무리됐지만 인근 계곡의 물은 아직도 뿌옇고 바위틈엔 백태와 흰 거품이 일고 있어 오염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강제형(61) 이장은 "2천여 평의 논에서 생산된 쌀에서 3년째 카드뮴이 검출돼 폐기 처분하고 있다"며 "보상은 받았지만 그 심정을 누가 알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붓든광산 하류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광산에서 약 1.5km 가량 떨어진 논에서 생산된 쌀에서도 지난해 카드뮴이 검출돼 폐기처분된 것. 강 이장은 "폐광산이 60여년간 방치돼 농경지뿐 아니라 하천까지 오염돼 식수로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염방지시설을 갖추고 논 객토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완벽하지 못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곳처럼 쌀에서 카드뮴이 검출된 농경지는 경북 도내 15필지 3만7천626㎡에 이른다. 이들 오염농경지에서 지난 2002년 이후 소각처리한 벼도 3만2천360kg이나 된다. 봉화 붓든광산 인근 법전면에서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울진군 북면 울진광산과 온정면 금장광산 인근에선 2002년~2003년 연속으로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 겉도는 대책
열린우리당 김우남 의원이 환경부·산자부의 '폐광산 오염방지사업 추진결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처럼 오염(광해·鑛害) 방지사업이 완료된 뒤에도 카드뮴이 검출된 곳은 모두 36곳에 달한다.
또 전국 906개의 폐금속광산 중 지난해까지 토양오염도조사를 마친 곳은 168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가운데 기준을 초과,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 92곳 중 오염방지사업이 이뤄진 곳은 절반인 48곳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처 파악되지 않은 카드뮴 쌀이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는 올해 폐광산 51곳을 추가로 선정, 내년까지 정밀조사를 벌일 계획이며 울진 금장·울진광산, 봉화 붓든광산, 영덕 화천광산 등 전국 28개 광산 인근 300필지에 대해 카드뮴 오염을 조사할 예정이다.
# 해결책은
농정 당국은 우선 작목 전환을 권하고 있다. 벼 대신 묘목류나 화훼류, 섬유작물 등 비식용작물 재배를 권장하고 있는 것. 또 휴경과 용도 전환 유도는 물론 경지정리와 객토 사업을 통해 토양을 중화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울진군의 경우 지난 95년 온정면 금장광산 일대 농경지 5.2ha와 북면 울진광산 일대 농경지 0.5ha에서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0.2ppm)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나자 1998년부터 광해방지사업, 객토사업 등을 펼쳤다. 이같은 노력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쌀에서는 2001년과 2002년 카드뮴이 나와 폐기처분됐지만 지난해에는 카드뮴 농도가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
오염원인 광산에 대한 대대적인 광해방지사업 추진도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폐금속광산 오염방지사업에는 1곳당 20억~40억 원이 들어 사업추진이 부진하다는 것.
울진군청 임정준씨는 "작목 전환, 객토 등을 통한 토양 관리도 필요하지만 폐광산 일대를 대상으로 한 정밀조사를 실시해 오염원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재정이 열악한 기초지자체가 아닌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이밖에 폐광산 주변에서 중금속이 꾸준히 검출되고 있는 만큼 주민들에 대한 전문적인 역학조사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봉화·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사진: 봉화군 법전면 법전 2리 하천, 계곡에는 아직도 뿌연 물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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