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학기 수시모집부터 적용될 논술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고3 교실은 대혼란에 빠졌다. 수험생들은 각자의 처지와 지금까지의 준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9월 10일부터 2학기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다급한 시점에서 사태의 추이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논술 가이드라인이 수시 2학기 논술, 심층면접 고사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고 대책을 알아본다.
◇논술 가이드라인의 파장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후 2학기 수시 모집에 대비해 어려운 영어 지문 독해력을 쌓고 고난도의 수학, 과학 문제 풀이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온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허탈해 하고 있다. 반면 이 부분에 상대적으로 준비를 소홀히 한 학생들은 다소 안심하는 표정이다. 과연 그럴까. 대부분 입시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교육의 평등론과 수월성을 두고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평등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학생, 학부모, 다양한 시민 단체들이 각자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어느 쪽에 무게를 두든 대학 교육은 본질적 속성상 수월성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교육의 무게 중심을 수월성에 두고 있는 대학은 어떤 상황이 온다고 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 할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면 입시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언어 논술에서 영어 지문을 출제하고, 수리 논술에서 수학·과학 문제를 과거의 본고사에 가깝게 출제한 이유는 채점이 용이하고 변별력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 지문이 금지된 향후의 언어 논술에서 수험생들의 답안지를 1, 2점 단위까지 세분하여 점수를 부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컨대 50명 정원의 학과에 100명이 지원하여 논술 시험을 쳤을 때 상위 10등, 20등식으로 크게 분류는 할 수 있다. 그러나 1점씩 차이를 두고 100명을 채점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채점자가 여럿이라면 결코 견해의 일치를 볼 수 없다. 더구나 중간 수준, 즉 40등에서 60등 사이의 답안은 거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따라서 논술만으로는 50명의 합격자를 최종 선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대학은 마지막 변별 수단으로 심층면접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인문계에서는 국한문 혼용체의 지문과 영어 지문을 제시하여 문장 이해 능력을 확인하면서 부차적인 요소를 평가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각 대학의 면접 출제 경향과 그 정보를 파악하려는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경쟁이 있는 곳엔 거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수요가 반드시 있게 마련. 당연히 사교육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면 수리논술도 종전처럼 정밀한 변별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결국은 심층면접에서 수학·과학 문제 풀이로 우열을 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대비를 해 왔느냐에 관계없이 실력 있는 수험생은 어떤 형태의 시험에서도 별로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대부분 입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준비를 착실하게 해 온 학생이 공연히 피해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고 그렇지 않은 학생이라고 좋아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 2학기 수시 대비 방법
당장 이번 2학기 수시모집부터 변별력 확보에 불똥이 떨어진 대학들은 논술고사를 더 다양화하고 심층면접의 난이도를 더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언어논술의 경우 변별력 확보를 위해 각종 도표, 통계자료, 문학작품, 국한문 혼용체 지문 등이 제시문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수리 논술은 가이드라인을 지켜 풀이형을 줄이고 수학적 기본 개념과 원리를 중시하면서 수험생의 이해력과 사고력, 문제해결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권장하는 논술 유형은 논술고사 도입 초기의 전통적 논술인데 그런 형태의 논술은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부 대학들은 논술고사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층면접은 필답고사에 해당되지 않아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들은 과거의 본고사 유형으로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여 심층면접의 실질적인 반영 비율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올해 2학기 수시모집에서는 심층면접이 당락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논술
2학기 수시를 앞둔 지금의 시점에서 사설 학원 등을 찾아다니며 지원 대학의 출제 경향에 맞춰 준비를 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현재로서는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는 기출문제로 실전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사항을 제대로 이해하여 출제 의도에 충실한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떤 문제를 보든 제시문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각 제시문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여 창의적인 논리를 전개하는 훈련도 해야 한다.
인문계는 현대 사회의 쟁점과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를 읽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나름의 견해를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자연계는 교과서와 연계되는 실생활의 다양한 문제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일주일에 두 편 정도 직접 써 보고 첨삭지도를 받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심층면접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논술 이외의 필답고사'는 금지하고 있지만 구술·면접은 필답고사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심의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들이 논술에서 금지하는 모든 요소를 통합교과형 구술·면접고사로 평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면접시험은 수험생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실제 시험과 동일하게 시간을 제한하여 실제 상황과 똑 같은 조건에서 풀어보고 발표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각 대학들이 미리 문제를 주고 10분 정도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기출문제를 풀어보되 예시 답안을 암기하려고 하지 말고 실제 상황처럼 생각하며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인문계의 경우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서 최근 몇 년간의 기출문제를 찾아 풀어보는 것이 좋다. 상위권 대학의 경우 영어 지문은 어떻게든 활용된다고 봐야 한다. 영자신문이나 영문 잡지를 활용하여 독해 연습을 하면서 주요 시사 쟁점들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서울대는 기초소양의 경우 영문과 국한문 혼용의 지문이 나오며 다른 대학에 비해 시사적인 문제는 적게 다루어진다. 그렇다고 시사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연세대는 기초소양 평가에서 자아 형성 및 가치관, 엘리트의 자질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하며 국문과 영문 제시문이 주어진다. 이 밖에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에서도 영문 지문이 주어진다. 2학기 수시에서는 대부분 대학의 인문계 학과에서 영문 지문을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영문으로 된 기출문제를 풀어보면 어느 정도 대비가 될 것이다. 최근 인문계열은 시사적인 문제보다는 현대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과 관련된 문제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 현상의 배후를 설명할 수 있는 인문적 교양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폭넓은 사회과학적 지식을 쌓도록 해야 한다.
▷ 자연계의 경우
대부분 상위권 대학들은 수학과 과학 선택 과목에서 답과 풀이 과정 둘 다를 요구하는 본고사에 가까운 문제를 출제할 것이다. 서울대, 한양대, 포항공대 등은 문제풀이 시간을 주고 직접 칠판에 풀면서 설명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문제를 풀고 그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수학과 과학의 교과서적인 기본 개념에 충실하면서 그와 관련된 시사적 쟁점들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 족집게는 없다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이후 일부 사설학원에서는 '긴급 예상문제 풀이반' 등을 만들어 불안해하는 수험생, 학부모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입시 전문가들은 당사자인 대학도 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설학원이 예상문제를 제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보다는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들을 다시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지망 대학의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그 경향을 분석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대응책이라고 말한다. 논술은 실전처럼 주어진 시간과 분량에 맞추어 직접 끝까지 작성해 본 뒤 첨삭 지도를 받고, 심층면접은 주어진 문제를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연습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침착함과 자신감을 유지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 :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송원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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