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안동에서 폐막된 IOV(국제민간문화예술교류협회) 세계총회를 계기로 한국국학진흥원이 2003년부터 추진해온 목판 10만장 수집운동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총회에 참석한 74개국 회원들이 목판 수집 현장을 보고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등록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혔기 때문.
칼멘 페딜라(60.필리핀) IOV 회장은 "목판 10만 장 모으기 운동이 성공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팔만대장경처럼 세계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목판이란?
목판이란 책이나 문서를 펴내기 위해 글이나 그림을 나무에 판각한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의 제작연대로 미뤄 우리나라에서 목판인쇄술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통일신라시대이며 고려시대 대장경 조판,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문집출간 등으로 발전해왔다.
한국국학진흥원 김종석 자료관리실장은 "목판은 고서를 만드는 정보가 마지막으로 모이는 집결체로 한국 유교문화를 크게 발전시킨 매개체"라고 평가하고 있다.
조선시대 때 목판은 약 40만장 정도가 제작된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가운데 반 이상이 보관상의 잘못으로 없어졌고 나머지는 문중과 개인에 소장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실장은 "우리나라 목판은 유교문화권으로 문헌발간이 성행했던 영남권에서 반 이상 제작됐다"고 말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의 목판 10만장 모으기 운동
한국국학진흥원은 2001년 11월부터 매년 1만장을 목표로 2010년까지 목판 10만장 모으기 운동에 들어가 지난 3년여 동안 4만3천장을 기증받는 성과를 이뤘다. 이를 위해 한국국국진흥원은 전국의 문중대표를 초청하거나 방문해 수집운동 취지를 설명하고 보관시설 등을 확인시켜 신뢰를 쌓고 기탁을 유도했다. 기탁된 목판의 소유권이 원 소장자에 있음은 물론이고 원하면 다시 찾아 갈 수 있다.
심우영 원장은 "현재 기탁속도면 10만장은 무난할 것"이라면서도 "다른 시도의 경우 문화재로 지정된 것이 많아 기증받기가 쉽지 않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 소장 목판의 경우 보존상태가 매우 불안전해 없어질 가능성이 높고 보안과 화재 등에 약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목판모으기 운동은 우리 문화를 보존하는 하나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국학진흥원이 내세우는 것은 완벽한 관리시스템과 보관시설이다. 기탁자가 동의하면 현장에서 수량을 확인하고 목록정리를 한 다음 기탁증서를 발급한다. 기탁 목판은 오물제거와 청소, 보수, 살충, 살균처리되고 지난 7월 준공된 장판각에 입고된다. 지상 2층 2개 동의 장판각은 10만장의 목판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도난 및 화재 방지를 위한 각종 감지장치와 항온 항습장치 등 최신 보존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고된 목판은 기탁순서별, 문중별로 인식표를 부착해 경(經 경전)·사(史 사서)·자(子 인물)·집(集 문집) 순으로 배열, 보관되며 1년에 1, 2회 정기 멸균작업을 실시한다. 또 연구관들은 목판을 정리, 데이터베이스화 해 연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현황과 전망
현재 장판각에서 관리되는 목판은 350 여 종, 4만3천장으로 약 200개 문중 및 개인이 기탁한 것이다. 그 중 퇴계 선생 문집목판은 절대 문밖 세상으로 내놓지 않는 금기를 깨고 지난 2003년 4월 도산서원에서 이곳으로 옮겨졌으며, 서애 유성룡 선생의 징비록 목판과 청도 선암서원에 있던 배자예부운략(보물 제 917호)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들도 많이 포함돼있다.
김종석 실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제 등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실장은 "한국의 목판은 중국이나 일본의 목판에 비해 역사도 길고 인쇄 품질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며 "이번 IOV 총회에서 이 운동이 평가를 받고 회원들이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말했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 : IOV 칼멘 페딜라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한국국학진흥원 심우영 원장(왼쪽 끝)의 안내로 장판각 목판을 둘러보고 세계기록문화제 등록 지원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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