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스쿠니 참배 이면의 '軍事 대국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행보는 자체도 문제이지만 그 이면에 더 심각한 의도가 깔려 있어 걱정이다. 미국과의 '찰떡 궁합'을 등에 업고, 아시아 주변국과의 평화를 외면한 채 우경화로 치달아 다시 한번 패권을 잡으려는 속셈이 손에 잡히듯이 보여져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일본 오사카 고등법원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는 2001년 총리에 취임한 이래 다섯 번째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뒀다. 우리 정부는 '노 대통령의 방일 취소'와 '12월 정상 회담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1월에 열릴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도 정상 회담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당연하다. 중국 역시 23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일 외무장관 회담을 전격 취소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의 격한 반응에 대해 고이즈미는 "내정 간섭을 하지 말라"며 여유만만하게 받아넘겼다. 주변국들이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을 알고 있는 고이즈미가 왜 그랬을까.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고이즈미는 자신에 대한 비판이 자취를 감춘 지금이 국민을 결속시켜 강한 일본을 만들고, 우경화에 힘입어 군사 대국으로 나아갈 적기 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참배를 이슈로 만들어 한·중이 싸잡아 일본을 공격하는 사이, 고이즈미는 '우정 개혁'이나 '공무원 감축'과 같은 개혁 과제를 완성시키려고 한다. 더 나아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 헌법'까지 개정하려고 한다. 감정적인 대응은 고이즈미가 노리는 '꼼수'에 걸려드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평화를 사랑하는 일본 내 양심세력과 연대하고, 미국의 지한파 외교 라인을 강화해야 하며, 정쟁을 끝내고 국력을 강화하는데 온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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