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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삶의 애환 그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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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화가 정경상 인물드로잉전

자그마한 체구에 푹 눌러쓴 스포츠 모자와 낡은 점퍼에 군복 바지, 세상은 변해도 자신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스타일의 남자 정경상(46)을 사람들은 '거리의 화가'라고 부른다. 백화점·버스안·서점 등에서 볼 수 있는 일반인들을 크로키로 담아내기 때문이다.

정씨는 16일까지 동아갤러리(053-320-3255)에서 세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정씨는 지난 2002년 12월, 그림을 그린 지 20여년 만에 첫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부끄럽죠. 평가를 한번 받아보고… 열심히 할게요"란 약속은 지난해 12월 지켜졌다. 당시 관람객들은 낯설고 신기한 정씨의 작품에 좋은 반응을 보였고 정씨는 다시 개인전을 여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전시회의 '버스 안의 풍경'은 이번에 '서점의 사람들'로 바뀌었다. 정씨가 서점에서 포착한 일반인들이 생활정보지나 신문지, 복사용지 위로 옮겨져 있다. 정씨는 "처음엔 돈이 없어서 사용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런 대로 어울려 보이더라"고 했다. 막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정씨는 액자할 돈도 없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압침으로 그림만 덜렁 붙여놓았던 첫 전시회보다는 나아졌다는 것.

정씨는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그래도 정씨의 작품은 뛰어나다. 간단한 재료(사인펜·잉크·연필 등)로 대충 쭉쭉 긋고 크레용 등으로 덧칠한 정도지만 인체비례나 터치, 표정묘사가 완벽하다 싶을 정도. 정씨는 "사진을 찍어 그렸다면 더욱 자세하게 묘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자신을 그리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도 했다.

인물 드로잉만 수십 년째 하고 있는 정씨는 "이제 변화를 줘야겠다"고 했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것은 풍경을 그리는 것. 정씨는 "그래도 남들과 똑같은 풍경화를 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궁극적으로는 밑바닥 삶의 애환이나 역사·정치적인 소재를 그려보고 싶다"고도 했다.

정씨는 "박수근이나 이중섭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치열한 삶을 살고 간 사람들이기 때문. 정씨도 "먹고 살기 바빠 시간에 쫓기며 작업하고 있지만 유행을 좇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란다. 그 자신 작가로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정경상의 작품 80여 점(초기 인물사진·버스 안의 풍경 작품 포함)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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