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은 남이 매긴다.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속도 모르면서 이러쿵저러쿵한다. 그렇다고 이유가 없지는 않다. 좋고 나쁜 관계가 기준이 된다. 좋은 평판을 얻기란 쉽지 않다. 섭섭하지 않게 해야 된다. 잘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강현석(姜賢錫·53) 고양시장은 시장을 맡고 난 뒤 인심을 잃었다. 이런 저런 인연을 맺었던 주변사람에게 특히 그렇다. "시장이 됐으니 이 정도는…"하며 찾아오는 이에게 해 준 게 없다. 알던 사람들로서는 섭섭하다. 그러나 부탁을 들어주다 보면 끝이 뻔하다.
단체장의 조건으로 '고집'과 '소신'을 꼽는다. 인심 잃을 각오도 해야 한다. 비난하고 욕해도 자를 건 잘라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섭섭함을 그도 잘 안다. 인심을 잃고 사는 일이 그도 힘들다.
고양시는 서울과 경쟁한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커진다. 국내 최대의 전시공간과 문화공간 유통센터가 들어서고, 각종 건설사업이 벌어진다. 업자도 많고 만나자는 제의도 많다. 그러나 만나면 정드는 건 당연지사다. 정들면 그 때는 거절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아예 만나지 않는다.
시장이 되고 보니 전임자들이 세운 계획이 많았다. 취임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시장으로서 흔적을 남기기 위한 일을 하지 않겠다. 대신 계획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겠다."
지금은 고양시의 명물이 된 분수대를 만들 땐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전임자가 이미 계약까지 마친 일이었다. 전임자가 맺은 계약을 후임자가 번복하면 누가 고양시를 믿겠느냐며 밀어붙였다. 반대하던 사람들은 그에게 '밑빠진 독' 상을 줬다. 그러나 분수대가 세워지자 다들 잘했다고 박수친다.
러브호텔 향락도시가 고양의 한 이미지였다. '먹고 놀기 좋은 곳'의 이미지를 환경·문화예술도시로 바꾸자고 나섰다. 시장 취임 후 러브호텔은 한 건도 허가하지 않았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청원, 고양에서 폰팅광고는 말끔히 사라지게 했다. 그래서일까 얼마 전 주거만족도 조사에서 고양시는 전국 최고로 뽑혔다. 살기 좋은 도시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원과 하천을 가꾸며 도시를 다듬는 일은 신도시를 계획하고 추진한 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에게 한 수 지도를 받았다.
민정당 공채 4기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밖에서는 민정당을 욕하는 이가 많았지만 들어와 보니 오히려 깨끗하고 순수했다. 말과 행동을 달리하며 뒷돈을 탐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고양시장 선거에 나설 때는 빈털터리였지만 선거기획은 그 자신이 전문가다. 경선 도전을 결정한 뒤 정치부 기자들에게 예비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 말 것을 부탁했다. 괜히 이름이 오르내리다간 여론조사에서 꼴찌하기 십상인 처지였다. 한 번 꼴찌로 낙인 찍히면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그를 도와준 사람들 중에는 지금껏 부탁 한 번 하지 않은 이가 적잖다.
의성 다인 출신으로 안동중 대륜고를 거쳐 고려대를 나왔다. 학창시절부터 말술 실력을 자랑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을 사양해야 한다. 고양시장이란 입장에서 그 역시 수도권 공장규제 완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내 고향사람들에게 손실과 아픔이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겁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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