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거칠고 원시적인 무서운 세계! 나는 그런 세계 속에서 아름답고 날카롭게 빛나는 비눗방울 속에 있는 것처럼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비눗방울이 깨지지 않도록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한스 카롯사의 루마니아 일기 中-
'너는 내운명'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시골 청년과 다방아가씨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흔히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신파조의 그런 영화였다. 보고 나니 가슴이 찡해 오는 건 '나도 나이는 좀 들었지만 예쁜 여성과 운명적인 사랑을 해서 토끼 같은 딸을 하나 얻으면…' 도둑놈 심보라고 하겠지만… 꿈도 못 꿈니까?
며칠 전 TV에서 무슨 영화제 시상을 중계하는데 남우 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그 영화에서 시골청년으로 분장한 황정민이라는 배우 아닌가? 오랜 배우생활에 고생도 하고 상 한 번 못타 봤는지 울먹이며 감독, 조연들, 그리고 상대역인 여배우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하는 것이다. 매우 흥분된 모습이었는데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스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세히는 못 들었지만 카메오 즉, 우정 출연자에게도 감사하다는 말도 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아! 전시회도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것처럼 하면 어떨까'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나름대로 시나리오가 있고 감독이 있으며, 배우가 있고, 투자자도 모으고 홍보도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줄 수 있는 전시회 말이다. 우정 출연자들도 뜻밖의 사람을 초청하여 재밋거리를 더한다면 모두 좋아할 수 있겠다. 원로 화가도 될 수 있고, 선배나 후배, 혹은 제자들도 될 수 있으며 직접 출연을 하지 않아도 전시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우정 출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을 옮겨 줄 수도 있고, 급한 심부름을 해 줄 수도 있으며, 뒤풀이에서 작가들에게 용기를 줄 수도 있고 축가도 불러 줄 수가 있겠다.
이러한 전시회는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루어낸 결과라고 한다면 그 속에서 스타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한 사람의 스타를 만들기 위해 그 사회의 질 좋은 풍토와 적극적인 투자를 요구하지만 그 스타를 위해 멋진, 혹은 이름 모를 카메오들이 많이 등장한다면 풍요롭고 재미있는 영화 아닌 전시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저 친구가 스타가 된다면 나도 될 수 있다고 선의의 경쟁과 노력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주위에 스타가 배출될 수 있다면 나도 기꺼이 카메오가 될 수 있겠다. 그러다 어느날 카메오가 어렵다면 카메오를 돕자 하고 술 한잔 하면서 카메오를 위하여 짠~하고 잔을 부딪치겠지….
정태경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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