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대학은 내부 비만을 다스릴 때

지금 대학에선 수능시험을 치른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신입생 유치경쟁이 뜨겁다. 학교 입구엔 화려한 환영 현수막이 걸리고 캠퍼스에 도열한 수십 대의 대형관광버스는 청과물 시장의 과일처럼 학생들을 쏟아낸다.

대학이 정원미달을 우려할 형편이니 학생들은 여러 대학을 선보고 튕겨가며 고르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수북이 쌓인 이 과일을 여하히 담아 굴러가지 않도록 하느냐에 대학, 특히 지방사립대학의 생존이 달려 있다.

경향을 막론하고 모든 대학들은 치열한 생존경쟁 상태에 돌입한 것 같다. 이 경쟁 덕분에 캠퍼스는 다방면으로 쇄신, 발전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 밀려오는 학생들 중에 골라잡기만 하던 시절에 비하면 엄청난 기동력 발휘인 셈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꼭 필요한 첨단교육기자재 설비나 대학의 심장인 도서관 장서 확충 및 시설 개선, 기숙사의 확장 등은 경쟁이 낳은 순기능일 것이다.

문제는 필요 이상의 과다한 편의시설이다. 대학마다 고속도로 휴게실이나 호텔을 방불케 하는 리모델링이 성황을 이룬다. 또 웬만한 시중의 유명 체인점들이 캠퍼스에 진을 치고 있어 소비타운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맞선에서 퇴짜 맞지 않으려 분장한 예비신부 같다. 멀쩡한 얼굴을 성형하고 짙은 화장에 값비싼 옷, 불필요한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재정난을 이유로 끊임없이 등록금을 인상해 온 대학은 분장을 위한 용돈 부족을 탓하며 부모님의 얇은 지갑을 번번이 톡톡 털어낸 아이와 무엇이 다르랴.

사회에선 모두가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학내에선 휴학과 미등록이 속출하고, 비정규직 교수들은 비정한 대우에 목이 멘다. 그런데 일부를 제외하면 학기 중에도 일주일에 4~5일, 방학 중엔 아예 텅 비어 있는 교수연구실에 무슨 호화 냉난방 시설인가.

대학들도 경쟁력 향상과 생존을 명분으로 외부로만 눈을 돌리기 전에 내부 비만을 다스릴 때다. 성인병 예방을 위한 다이어트가 시급하다. 치장보다는 내실을 기해 교수봉급 하향조정, 등록금 인하, 장학제도의 확충 등 특단의 방안을 제시하는 양심 있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요구되는 때이다. 그런 양심의 소리가 전파된다면 굳이 대형관광버스를 교내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화식 대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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