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백아가씨' 따라 부르면 하루가 즐거워

문경 산동농협 노래교실 인기짱

문경 산동농협이 1년에 3개월씩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열리는 노래교실은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지난 5일 농협 회의실에서 있은 이달 첫 노래교실에는 150여 명이 참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 마음먹기 달렸더라', '꽃다운 내청춘 어디로 가고, 세월은 저만치 가고 있구나' 라는 격문을 내건 가운데 노인들이 강사의 선창에 따라 하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됐다.

1999년 처음 노래교실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대부분 "농협이 농민을 위해 일은 안하고 무슨 노래타령"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노래교실 시간을 늘려달라"는 주문과 함께 참가하는 노인들도 60대에서 80대까지로 확대됐으며, 이제는 삼삼오오 모이면 흥엉거릴 정도가 돼 버렸다. 처음엔 노래교실 참가 노인 대부분은 할머니였지만, 이제는 할아버지도 10여 명이 나와 강사의 선창을 따라 열심히 노래를 배운다는 것.

이옥심(68·여·산양면 녹문리) 씨는 "요즘은 밥을 짓거나 농사일을 할 때도 노래가 절로 나와 정말 하루하루 생활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했다.

최화자(65·여·산양면 가곡1리) 씨는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제일 기다려지고, 요즘은 아픈 데가 없어졌다"며 즐거워했다.노래교실이 열리는 날이면 노인들은 설운도의 '누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등 가요를 목이 터져라 부르면서 모두들 상기된다.

김영동(72·산양면 존도리) 씨는 "종전엔 노인정에서 담배를 피우고, 장기를 두거나 화투놀이를 하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집에 돌아가면 노래 연습에 밤이 짧을 정도"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운용 산동농협장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관광버스를 타고 나들이를 갈 때 노래를 서로 하지 않으려고 꽁무니를 빼던 노인들이 노래교실에 나온 뒤부터는 서로 마이크를 잡으려고 얼굴을 붉힐 정도"라며 웃는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msnet.co.kr

사진=문경 산동농협 노래교실에는 매번 노인 150여 명이 참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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