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세계는 평평하다

세계는 평평하다 /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 김상철 이윤섭 옮김 / 창해 펴냄

"밥은 남기지 말고 다 먹어야지. 지금 중국이나 인도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단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더먼이 어릴 적 부모에게 듣던 말이다.

하지만 프리드먼이 아버지로서 딸들에게 하는 충고는 다르다. "얘들아, 숙제는 끝내야지. 중국과 인도에는 네 일자리를 가져가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세계가 '무한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고 주장하는, 프리드먼의 자녀 교육법이다. 토머스 프리드먼(52)이 쓴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가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다.

1999년 쓴 '렉서스···'가 '렉서스'로 상징되는 경제적 통합의 힘과 '올리브 나무'로 상징되는 민족주의와 주체성간의 긴장에 집중했다면, 이번 책은 급속한 기술 발달,세계화,냉전 종식으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2004년 2월 저자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를 2주간 여행하면서 세계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 것이 집필 계기가 됐다. 그 여행에서 저자는 몇 년 사이 세상이 급변했으며 글로벌 경쟁무대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사실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일을 아웃소싱하고 있는 인도 기업들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된다.

콜럼버스가 초보적인 항해술로 수평선 너머를 항해하고 세계가 둥글다는 걸 입증한 지 500여 년이 지난 21세기 초, 그 여행길에서 저자는 노트에 이렇게 썼다. "지구는 둥글지만 세계는 평평하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세계화를 3단계로 구분한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항해해 구세계와 신세계의 장벽을 허문 1492년부터 1800년 전후를 1.0 버전, 1800년 무렵에서 대공황과 1·2차 세계대전을 거쳐 2000년까지를 2.0 버전로 나눈다. 그리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옮아가고 있는 2000년 이후를 3.0 버전으로 정의 내린다. 3.0 버전은 업그레이드된 개인의 세계화 시대다.

"개인이나 집단이 세계화를 해나가는 데 필요한 힘 역시 군사력이나 하드웨어가 아니라 광케이블을 통한 네트워크와 여러 가지 새로운 형태의 소프트웨어로 우리 모두를 옆집에 사는 이웃처럼 만들어 놓았다."

이 3.0 버전은 1.0, 2.0 버전이 줄여 놓았던 세계를 더욱 작게 만들 뿐 아니라 게임의 무대도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는 어떻게 작아졌고, 또 어떻게 평평해졌는가. 프리드먼은 그 원동력으로 10가지를 꼽는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윈도즈 출현, 넷스케이프 출시, 워크플로 소프트웨어, 오픈소싱, 아웃소싱, 오프쇼어링, 공급사슬, 인소싱, 인포밍과 이들을 확대하는 스테로이드가 그것이다.

결국 이 요소들이 융합되고 서로 보완되면서 지리적 환경, 거리, 언어의 장벽과 관계없이 웹을 기반으로 실시간 지식과 작업의 공유가 가능해져 지구적인 규모의 활동공간이 창출돼 왔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캄보디아에 사는 소년이든 대학교수든, 똑같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만든다."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도 세상은 무서운 속도와 범위로 평평해지고 있다. 누구도 이제 세계화 시대의 생존경쟁을 피해갈 수 없다. 세계의 일류 두뇌는 똑같은 평면에서 일류끼리 글로벌 경쟁을 한다.

결국 평평해지고 있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능력을 키워라"는 것이 저자의 주문이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해야만 할 때 안 하면 세계 어딘가에 있는 내 경쟁자가 해 버린다.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마찬가지다.

세 차례의 퓰리처상을 수상한 프리드먼의 이 책은 난해한 경제현상을 명쾌하게 분석하고 시대의 흐름을 탁월하게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파이낸셜타임스와 골드만삭스가 공동 선정한 '2005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로 꼽혔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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