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남자들, 쓸쓸하다

남자들, 쓸쓸하다/박범신 지음/푸른숲 펴냄

아들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 대개의 삶이 그렇듯 그들은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태어나 '권력'에 길들여진다. 그러다 사회변화와 삶의 무게에 짓눌려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 가는 중년 남자가 된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하기 싫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어느덧 예순 줄에 접어든 작가 박범신이 들려준다. '오 이미 불쌍하고 쓸쓸하기 그지없는 신세로 추락하고 있는 남자들. 우리시대의 아버지들….' 작가의 말은 넋두리처럼 들린다. 구시대의 화려한 권력자들이 이 시대에는 쓸쓸한 남자들이라는 어찌 보면 항변섞인 속내를 펼쳐 보인다.

남자와 남자다움의 부담감을 털어놓다 보니 자연스레 여자들의 이야기도 섞여든다. 화내는 '미즈 스토롱'에 대한 반감과 소비적으로 몰려다니는 행태에 대한 힐난, 결혼을 로또처럼 여기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꾸지람도 담겨있다.

그러나 작가는 누구보다도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작가가 진정 하고싶은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가 더불어 함께 사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가 최종적으로 만나야 할 지점은 인간의 자리이다. 인간의 얼굴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사랑도 다 소용없다는 것이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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